◆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해서 놀아주는 것이 중요해…
행사 첫 시간, 아빠들은 이성아 부장의 ‘프랜디 되는 비결’ 강좌를 들었다. 이성아 부장은 먼저 ‘아빠의 딜레마’에 대해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잘한다고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아이가 엄마하고만 이야기하니 속상하다’ ‘마음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일곱 살, 다섯 살 난 두 딸을 키우는 이지태(37)씨 역시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어도 방법을 잘 몰라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빠와 잘 노는 아이들이 사회성도 좋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달라진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 부장은 “꼭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놀아주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정복남 기자 bnchung@chosun.com
“아빠와 잘 노는 아이들이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며 호기심이 많아요. 또 스스로 놀이를 주도하는 리더십도 갖게 되죠. 하루 20~30분이라도 집중해서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프랜디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다. 아빠들은 대개 아이의 행동이나 말의 이면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퇴근해서 동생만 보는 아빠에게 “아빠 미워!”라고 소리치고,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의 행동에는 “아빠, 나도 안아주세요!”라는 뜻이 숨어 있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아이를 야단쳐서는 안 된다. 이 부장은 “오늘부터 ‘아이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고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라”고 조언했다.
또 생활 속에서 ‘느낌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는 크게 4단계가 있다. “오늘 유치원 갔다 왔어?”라며 확인하는 ‘점검 대화’, “내일 아이 생일인데 어떻게 할까?”라며 문제해결책을 찾는 ‘현실 대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며 의견을 나누는 ‘생각 대화’, “그 말을 들으니 어떤 느낌이 들었어?”라고 묻는 ‘느낌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해요. 아버지들은 더욱 그렇죠. 그래서 평소 이것을 연습해야 해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격려의 말,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인정의 말 등을 자주 해주세요. 특히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격려의 말은 ‘잘한다’가 아니라 ‘괜찮아’입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라는 부모의 말은 아이가 실패하고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되죠.”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 10분 스킨십·과학실험, 지적 발달 도와…
- ▲ 정복남 기자 bnchung@chosun.com
두 번째 시간에는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마사지 시간이 이어졌다. 홍 대리는 “하루 10분이라도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팔과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간단한 동작으로 친밀감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아이와 스킨십을 나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부모와의 스킨십은 정서·신체·지적 발달을 돕고, 사회성의 기초를 다져주기 때문.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유·초등 시기에 자주 스킨십을 나눠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성아 부장은 “손과 어깨 두드리기, 안아주기 등 아이가 좋아하는 스킨십을 찾아 자주 해주면서 가정 내에 ‘스킨십 문화’를 만들라”고 귀띔했다.
세 번째 시간은 최정훈 교수가 진행한 ‘아빠와 함께하는 과학 창의교실’이었다. 최 교수는 몇 가지 시약과 도구만으로 물을 사라지게 하거나, 즉석에서 하얀 눈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실험을 펼쳐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최 교수는 “가정에서 아빠가 함께 실험하고 ‘네가 달나라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가지면, 아이의 창의력,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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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에 걸친 프랜디데이 행사가 끝나고, 참가했던 아빠와 아이들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손을 잡고 강의실 문을 나섰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참석한 박희만(32)씨는 “아이에게 ‘말’로 하는 이야기는 10%도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 온몸으로 함께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섯 살 난 쌍둥이 딸과 함께 온 우성범(34)씨는 “이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배운 내용을 오늘부터 가정에서 잘 실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진정한 휴식은 가족과 함께
TV안보기시민모임의 서영숙(숙명여대 교수) 대표는 “아빠의 변화를 위해 엄마도 변해야 한다”며 “아빠가 퇴근했는데 연속극에만 정신이 팔린 엄마는 ‘소파족’인 아빠를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대부분 남편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족에게 왕따 당하는 슬픈 중년 남자의 자화상을 그리고 싶지 않다면 집에 있는 짧은 시간이나마 TV를 끄라”고 충고했다.
‘TV는 먼 곳에, 사랑은 내 곁에’란 표어와 함께 5월 1∼7일 제3회 TV 안 보는 주간 행사를 갖는 TV안보기시민모임은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TV안보기가족잔치’행사를 연다. cafe.daum.net/notvweek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TV 안 보기 이렇게 하자
① 가족 구성원 간 TV 안 보기에 대한 공감대를 만든다. ② 눈에 보이도록 선언문을 만든다. ③ 거실에 놓인 TV를 구석 자리 혹은 방으로 옮기거나 천으로 덮는다. ④ 거실을 도서관이나 놀이 공간으로 꾸민다. ⑤ TV 시청 유혹을 이겨내기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⑥ TV 시청 시간이 긴 주말의 유혹에 대비한다. ⑦ TV 뉴스를 꼭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 ⑧ 정기적으로 TV 안 보는 날을 갖는다. ⑨ TV를 시청할 경우 TV 시청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⑩ 적어도 식사 시간에는 TV를 끈다.
자료: TV안보기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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