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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녀들도 모두 출가했고 직장생활도 마무리해 인생 후반기를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보내고 싶어 한옥 거주를 고려하게 됐다"며 "보유 주택을 처분한 자금을 활용해 한옥을 마련하고 생활자금도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옥이 '제2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아파트 등 천편일률적인 회색 공간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 친환경적이고 우리 전통 미로 치장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는 것.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한옥 호수는 2008년 5만5000채에서 지난해 말 8만9000채로 3년 만에 무려 62% 증가했다. 특히 최근 1년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연평균 1만가구 안팎 증가세를 보이던 한옥 호수는 최근 1년간 1만7000가구 늘었다.
한옥의 최근 인기 비결은 '한옥=비싸고 불편하다'는 공식이 사라진 데 있다.
구조ㆍ재료를 개선해 주거 편의성을 높인 '개량한옥'을 통해서다. 첨단 설계기법을 활용해 외양은 한옥이지만 화장실이 가택 내부로 들어오는 등 주거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황토벽돌 사이에 첨단 단열재를 넣어 실내온도 변화를 줄인 사례도 등장했다. 창호문 대신 유리창이 설치되기도 한다. 2층 한옥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전통을 깬 '퓨전 스타일'이다.
국내 소나무 대신 캐나다 등지에서 목재를 수입하고 모듈화를 통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 건축 비용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모듈화 한옥은 대청마루와 골조, 벽체, 문틀 등 각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구조다. 전체 공정 중 7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현장에서 공사 기간이 2주~1개월 정도로 기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비용 역시 감소 추세다. 통상 한옥 건축비는 3.3㎡당 1200만~1300만원 선이다. 하지만 모듈화를 통해 최근 600만~700만원 선까지 비용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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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인기 비결을 바쁜 도시 속 삶에 찌들린 현대인들의 위로받고 싶은 욕구에서 찾기도 한다.
건축설계 업체인 아키스토리의 박춘욱 대표는 "우리 전통 양식인 한옥은 마당과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집안 전체를 감싸안는 구조"라며 "바쁜 일상과 회색빛 도시 속 삶에 염증을 느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줄 수 있고 5060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대단지 형태로 한옥을 짓는 사례도 늘고 있어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대규모로 지으면 보안ㆍ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기 때문에 주거 편의성도 높아진다.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내 150여 가구 규모로 은평한옥마을을 조성한다.
한옥 밀집지에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구조로 6월 중 토지 분양에 착수한다. 국토해양부는 동탄신도시 안에 주택 300채와 컨벤션센터, 호텔, 전통공원 등으로 구성된 한옥마을을 지을 예정이다.
민간에서도 대규모 한옥마을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시행업체 에치엔씨시티디앤디는 경기도 이천에 모듈화 공법을 활용해 300채 규모 한옥마을을 짓기로 하고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평면구조가 아파트만큼 다양하지 않다는 점 △기와 등 공사가 까다로운 자재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 △20가구를 넘을 경우 주택법 적용을 받아 분양절차를 거쳐야 해 입주자 맞춤형 한옥 건설이 어려운 점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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