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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파트에 날아와 박힌 한옥?황토,규조토,백토 솔리스톤

솔리스톤1 2012. 3. 24. 22:19

미국 아파트에 날아와 박힌 한옥? 삼성미술관 리움, 서도호 개인전 '집 속의 집'··· 6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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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북쪽 벽 North Wall> 2005,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505x124x827cm ⓒ서도호
전시장은 따스한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으로 가득했다. '히야~'하는 감탄사와 함께 봄을 맞은 시골의 외할머니 댁에 들어서는 기분마저 든다. 거대한 한옥 한 채가 공중에 붕 떠있는 모습은 마음까지 가뿐하게 한다.

'집'을 짓는 작가 서도호(50)의 개인전 '집 속의 집'(DO HO SUH HOME WITHIN HOME)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2일부터 시작됐다. 리움의 올해 첫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 성북동 한옥과 뉴욕과 베를린의 주택 등을 모티브로 제작한 서도호의 '집 시리즈' 중 40여 점의 조각, 영상, 드로잉을 선보인다. 특히 10년에 걸쳐 작업한 한옥집인 '서울 집 / 서울 집' 등 대형 작품들 사이를 돌며 감상하다보면 세월에 녹아든 장인정신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 커다란 인형의 집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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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서울 집 / 서울 집 Seoul Home / Seoul Home> 2012, 실크, 금속 틀, 1457x717x391cm ⓒ서도호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도호 작가는 국내에서 동양화를 공부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집'을 탐구하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나'와 '나와 다른 것과의 관계', 그리고 그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s)가 만든 전시장 공간 안에서 건축물과 작품 간의 '대화'와 '소통'을 끌어내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작품 하나씩 보다는 전체적인 공간구성과 어우러짐을 함께 감상하면 작품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서 작가는 설명했다.

물론 개별 작품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반투명한 부드러운 폴리에스터 천에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작업해 만든 입체적인 '집'에는 작가의 꼼꼼한 열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작품 '북쪽 벽' 윗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기와지붕에 새겨진 문양이나, 뉴욕 집 거실에 놓인 라디에이터와 벽에 있는 전기스위치, 벽난로는 실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탐이 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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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작가 (photo: 박기수)
작가는 왜 '집'에 대해 고뇌하게 됐을까. 그는 미국에 유학을 가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서 독특한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낯설고 어색한 시간을 달래고자 줄자로 주변 공간을 재기 시작했어요. 인치(inch)를 센티미터(cm)로 매번 계산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니 서양 건축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한국 건축물과 비교도 됐고요."

그는 유학을 떠나기 전 서울 성북동 한옥 집에서 살았다. 한옥에서의 경험과 대비되는 미국 아파트 생활은 그에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고 이후 '집'은 그의 작품 활동에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자리 잡게 됐다.

천이 아닌 다양한 혼합매체를 사용한 작품, 성북동 한옥의 모형이 뉴잉글랜드의 아파트 모퉁이에 날아와 박힌 형태의 '별똥별-1/5'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 내부에 있던 옷, 그릇, 음식 등을 세밀하게 재현해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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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별똥별-1/5> 2008-2011, 혼합 재료, 762x368.3x332.7cm ⓒ서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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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A 아파트> 2012,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서도호
서 작가는 "이 같은 전시를 위해서는 '공간'과의 인연이 있어야 하는데, '리움'이란 장소와 궁합이 잘 맞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한곳에 모아 시간과 공간을 압축해서 전시하면서 지난 10년간의 작업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기억과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집',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느낌을 음미해보고 되새겨보면 어떨까.

전시는 6월3일까지, 관람요금은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상설전시까지 볼 수 있는 'Day Pass'(데이패스)는 일반 1만3000원, 초중고생 8000원. (02)2014-6900



현대미술 작가 서도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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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뉴욕, 런던에 거주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조각, 드로잉, 설치, 영상작업 등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소를 각각 전공했다.

2000년 P.S.1 그룹전을 시작으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선정, 뉴욕 휘트니 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도쿄 모리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에 참여했다. 현재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