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정겨움이 묻어나는 시골 밥상
입맛 없는 여름철이면 부쩍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이 그리워진다. 집 앞의 작은 텃밭에서 캔 상추쌈에 구수한 된장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는 것은 식재료의 신선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차린 이의 애틋한 마음과 손맛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보기엔 소박해도 그 어떤 식탁보다 건강한 밥상을 가족에게 선물해보자.
보리밥 재료 보리 1컵, 쌀 3컵, 물 적당량
만들기 1 보리와 쌀은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다. 2 밥물을 맞춘 뒤 센 불에 파르르 끓이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 뜸을 들인다.
코다리 간장구이
재료 코다리 2마리, 올리브유 적당량, 양념(간장 7큰술, 청주 3큰술, 다진 청양고추 1큰술, 국간장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고춧가루·참기름·참깨 약간씩, 물 1/2컵)
만들기 1 코다리는 깨끗이 씻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해 손질한 뒤 4cm 크기로 썬다. 2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고루 섞은 뒤 ①의 코다리를 넣어 1시간 정도 재운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②를 넣어 노릇하게 굽는다.
강된장
재료 생표고버섯 2개, 양파 1/4개, 홍고추 1개, 대파 1/2대, 멸치 2큰술, 양념(된장 2~3큰술, 고추장 1/2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멸치 국물 1/2컵)
만들기 1 양파는 껍질을 벗겨 잘게 다지고 생표고버섯과 홍고추와 대파는 손질해 잘게 다진다. 2 뚝배기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고루 섞은 뒤 ①의 재료와 멸치를 넣어 바특하게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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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서 즐기는 한상차림 시멘트 문화와 보기 좋게 차려진 서양 식탁에 익숙해졌지만, 그늘진 대청마루에 차려진 소박한 소반은 한없이 넉넉하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보리밥에 호박잎쌈, 강된장뿐이어도 남부러울 것이 없다. 여기에 요즘 한창인 머윗대와 시골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다리구이를 곁들이면 푸짐한 밥상이 된다. 매미 소리마저도 운치 있게 들리는 대청마루에서의 한 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머윗대볶음
재료 머윗대 300g, 참깨·된장·다진 마늘 1큰술씩, 참기름·물 약간씩
만들기 1 머윗대는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3시간 정도 푹 삶아 찬물에 헹군다. 2 삶은 머윗대의 껍질을 벗긴 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찬물에 한 번 더 헹군다. 3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된장과 물, 다진 마늘을 넣고 섞은 뒤 ②를 넣어 볶다가 참깨를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호박잎쌈 재료 호박잎 240g
만들기 1 호박잎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넣어 살짝 삶는다. 2 삶은 호박잎을 가지런히 펴서 보리밥을 한 숟가락씩 올리고 강된장을 넣어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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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제철 맞은 자연 식재료 호박 여름철을 대표하는 채소. 애호박은 여름에 속이 꽉 차고 표면이 고르며 선명한 녹색을 띤다. 전으로 부쳐 먹거나 볶음, 찌개 등에 이용하기 좋다. 호박잎도 여름철에 즐기는 별미로 부족한 단백질은 된장의 콩으로 보충해주면 좋다.
머위 늦은 봄부터 여름에 많이 나는 채소로 봄철에는 어린잎을 데쳐 쌈을 싸 먹거나 된장 양념으로 무쳐 먹으며, 여름에는 줄기를 된장양념에 볶아 먹는 반찬이 제격이다.
곤드레 강원도와 충청도에서만 나는 산나물로 취나물에 비해 연하고 부드럽다. 5~8월에 어린잎과 줄기를 따서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
노각 90% 이상 수분으로 이루어져 갈증을 해소하고 여름철 피로를 푸는 데도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있어 여름철 반찬으로 각광받으며, 새콤달콤한 무침이 대표적이다.
가지 고운 빛깔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여름 채소. 채소 중 가장 칼로리가 낮으며, 찌는 정도만 잘 조절하면 별다른 양념 없이 무쳐도 맛있는 나물이 된다.
보리 예부터 여름철에는 보리밥을 주식으로 먹었다. 여름에 누렇게 익는 보리는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활력을 주는 보양식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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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연근밥 재료 불린 쌀 4컵, 쇠고기 200g, 연근 120g, 검은깨·다진 쪽파 약간씩, 물 적당량, 고기 양념(참깨·간장 2큰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연근은 깨끗이 씻어 모양대로 얇게 썬다. 2 볼에 분량의 고기 양념 재료를 넣고 고루 섞은 뒤 쇠고기를 넣어 재운다. 3 뚝배기에 불린 쌀을 넣고 ①과 ②의 재료를 가지런히 올린 뒤 물을 적당히 부어 중간 불에 10분 정도 익힌다. 4 끓으면 약한 불에 30분 정도 익힌 뒤 불을 끄고 뜸을 들인 다음 검은깨와 다진 쪽파를 올린다.
호박선
재료 애호박 3개, 다진 쇠고기 200g, 채썬 표고버섯 2큰술, 잣 1/2큰술, 채썬 대추·다진 호두 1큰술씩, 다시마 국물 1/2컵, 물 적당량, 간장 약간, 양념(청주·다진 파 1큰술씩, 간장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통후추·소금 약간씩)
만들기 1 애호박은 1/4등분한 뒤 1토막에 반 정도만 들어가도록 2줄씩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2 볼에 다진 쇠고기와 채썬 표고버섯을 넣고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어 버무린다. 3 ①의 애호박 칼집 사이에 ②의 재료를 채워 넣는다. 4 냄비에 다시마 국물을 붓고 간장으로 간한 뒤 ③을 넣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끼얹어가며 익힌다. 5 ④를 그릇에 가지런히 담고 잣과 채썬 대추, 다진 호두를 올린다.
맥적
재료 돼지고기(목살) 600g, 편썬 마늘·채썬 대추 4큰술씩, 올리브유 적당량, 양념(된장·조청·물 2큰술씩, 청주·설탕·참기름·참깨 1큰술씩, 국간장·간장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돼지고기는 1cm 두께로 도톰하고 넓적하게 썰어 칼끝으로 두들겨 잔칼집을 넣는다. 2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고루 섞은 뒤 ①의 고기를 넣고 손으로 주물러 버무린 다음 1시간 정도 재운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썬 마늘을 노릇하게 굽는다. 4 팬에 ②의 고기를 올리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구운 뒤 ③과 채썬 대추를 올린다.
마늘종장아찌 재료 마늘종 1.5kg, 식초 3컵, 물 적당량, 절임 간장(간장 5컵, 설탕·식초 1/2컵씩)
만들기 1 마늘종은 겉껍질을 한 겹 벗겨내고 물에 씻어 건진다. 2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마늘종과 식초를 넣고 마늘종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4일 정도 삭힌다. 3 냄비에 분량의 절임 간장 재료를 넣어 팔팔 끓인 뒤 식힌다. 4 ②의 마늘종을 건져 물기를 뺀 뒤 소독한 유리병에 다시 담고 ③의 절임 간장을 부어 밀봉한다. 5 열흘에 한 번씩 간장 물만 따라내어 냄비에 끓여서 식힌 뒤 다시 마늘종에 붓기를 네 번 반복하며 한 달 정도 지나면 완성된다.
해 질 녘이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던 모습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스라이 연기가 찬 부엌에서 불쏘시개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김이 오른 가마솥에 밥을 지으며 부뚜막에 상을 차리던 어머니. 입에 한 숟갈 떠 넣으면 불에 덴 듯 뜨거웠던 가맛밥은 한여름에도 그립다. 이맘때만 먹어야 제 맛인 곤드레나물밥에 여름 단골 반찬 노각무침, 수랏상에 올랐다는 황태 찹쌀선까지. 좁은 부뚜막에 차린 소반이지만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밥상은 늘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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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나물밥 재료 쌀 2컵, 곤드레나물 300g, 들기름·소금 약간씩, 물 적당량, 양념장(간장 2큰술, 다진 파·다진 홍고추 1큰술씩, 다진 청양고추 2작은술, 참깨·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곤드레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짜서 들기름과 소금에 살짝 버무린다. 2 쌀은 30분 정도 물에 불린 뒤 냄비에 넣어 밥물을 맞추고 ①의 곤드레나물을 얹어 센 불에 올린다. 파르르 끓으면 불을 약하게 줄여 뜸을 들인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밥과 함께 곁들인다.
노각무침
재료 노각 1개, 소금 약간, 양념(매실청 2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참깨·다진 쪽파·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노각은 껍질을 벗겨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하고 굵직하게 채썬다. 2 볼에 ①의 노각과 소금을 넣어 살짝 절인다. 3 ②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어 고루 버무린다.
황태 찹쌀선 재료 황태 3마리, 찹쌀가루·올리브유·물 적당량, 양념(황태 국물·간장 1컵씩, 다진 마늘·설탕 1/2큰술씩, 다진 생강 1/2작은술, 청주·참깨·참기름·통후추·채썬 밤·잣가루·채썬 대추 약간씩)
만들기 1 황태는 지느러미와 꼬리를 제거하고 물에 담가 10분 정도 불린다. 2 ①의 물기를 제거해 가위로 4cm 크기로 자른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②의 황태를 넣고 하루 정도 재운다. 4 ③의 황태를 꺼내 양념을 적당히 짠 뒤 찹쌀가루에 버무려 옷을 입힌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④를 가지런히 올려 노릇하게 지진다.
가지통장과
재료 가지 3개, 다진 쇠고기 200g, 양지머리 육수 2컵, 국간장 2/3큰술, 데친 쪽파·물 적당량, 굵은소금 약간, 고기 양념(간장·다진 파·참깨·참기름 1큰술씩, 설탕·다진 마늘 1/2큰술씩, 통후추 약간)
만들기 1 가지는 깨끗이 씻어 볼에 물을 붓고 굵은소금과 함께 넣어 절인 뒤 거즈에 올려 물기를 짠다. 2 볼에 분량의 고기 양념 재료와 다진 쇠고기를 넣고 잘 버무린다. 3 ①의 가지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길게 내어 사이사이에 ②의 양념 고기를 채워 넣는다. 4 냄비에 ③을 넣고 양지 육수를 부어 약한 불에 끓인 뒤 국간장으로 간한다. 5 ④를 꺼내 3등분한 뒤 데친 쪽파로 묶어 그릇에 담고 남은 국물을 끼얹는다.
입맛 돋우는 시골 별미
도토리묵밥
재료 도토리묵 1모, 밥 1공기, 김 2장, 다진 양파 4큰술, 다진 청양고추 1큰술, 멸치 국물 3컵, 양념장(간장 2큰술, 다시마 국물 3큰술, 참기름·다진 파·맛술 1큰술씩, 고춧가루·참깨 1작은술씩, 다진 마늘 1/2 작은술, 통후추 약간)
만들기 1 도토리묵은 굵게 채썰고 김은 불에 구워 잘게 부순다. 2 그릇에 밥과 ①의 도토리묵을 담고 멸치 국물을 부은 뒤 김가루, 다진 양파, 다진 청양고추를 올린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고 잘 섞어 ②에 곁들인다.
메밀전병
재료 주황 파프리카·노랑 파프리카·청피망·양파 1개씩, 당근 1/2개, 식용유 적당량, 반죽(메밀가루 1컵, 물 1과 1/2컵, 소금 1/2작은술), 소스(물 2큰술, 간장 1큰술, 식초·올리고당 1작은술씩, 고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볼에 분량의 반죽 재료를 넣고 잘 섞은 뒤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반 국자씩 떠 넣어 얇게 전을 부친다. 2 파프리카와 청피망, 양파, 당근은 손질해 얇게 채썬다. 3 ① 위에 ②의 재료를 가지런히 올린 뒤 돌돌 만다. 4 볼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③에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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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소면 400g, 열무 280g, 대추 4개, 청양고추 1개, 삶은 달걀 1/4개, 양념장(고추장 6큰술, 고춧가루·매실청·식초 2큰술씩, 참깨·참기름 1큰술씩, 조선간장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열무는 큼직하게 썰고 소면은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대추와 청양고추는 깨끗이 씻어 채썬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고 잘 섞은 뒤 ①과 ②의 재료를 함께 넣고 고루 버무린 다음 그릇에 담고 삶은 달걀을 올린다.
출출함 달래줄 우리 간식
원소병 재료 찹쌀가루·꿀 1컵씩, 대추 10개, 오미자 우린 물 5컵, 뜨거운 물 1/2컵
만들기 1 볼에 오미자 우린 물 4큰술과 뜨거운 물, 찹쌀가루를 넣고 치대 반죽한다. 2 대추는 씨를 제거하고 곱게 다져 볼에 꿀과 함께 넣고 버무린다. 3 ①의 반죽을 한 입 크기로 떼어 홈을 판 뒤 ②의 소를 넣고 둥글게 완자를 빚는다. 4 ③의 완자를 끓는 물에 넣어 삶은 뒤 찬물에 담갔다가 건진다. 5 그릇에 ④를 담고 오미자 우린 물을 차갑게 해서 부은 뒤 약간의 꿀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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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홍차 잎은 따뜻한 물에 불린 뒤 물기를 제거한다. 2 두부는 으깬 다음 면포로 감싸 물기를 짜고 볼에 소금, 설탕과 함께 넣고 버무린다. 3 ②에 달걀을 풀어 넣고 ①과 체에 친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검은깨를 넣어 잘 치댄다. 4 ③의 반죽에 랩을 씌워 10분 정도 휴지시킨 뒤 밀대로 얇게 밀어 마름모 모양으로 썬다. 5 오븐 팬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④를 가지런히 올린 뒤 19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15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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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다시마 200g, 식용유·설탕 적당량
만들기 1 다시마는 깨끗한 행주로 표면을 닦아낸 뒤 한 입 크기로 자른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의 다시마를 넣어 노릇하게 튀긴 뒤 설탕을 뿌린다.
Tip 여름 대표 간식, 옥수수&감자 맛있게 찌기
옥수수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한 겹 정도 남겨두고 쪄야 부드럽고 연하다. 벗겨낸 껍질을 냄비 바닥에 깔고 옥수수를 올린 뒤 수염으로 덮어서 찌면 영양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물은 자작하게 부으면 옥수수에 간이 고루 배지 않으므로 옥수수가 잠길 정도로 찰랑찰랑 붓고 소금으로 간한다. 설탕을 넣으면 끈적하기 때문에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화학감미료를 함께 넣는 경우가 많다. 찔 때는 뚜껑을 덮어 김이 충분히 스며들게 해야 하며, 센 불에 15분 정도 익히다 불을 줄여 30분간 뜸을 들이면 부드럽고 단맛이 좋다.
감자 역시 껍질째 찌는 것이 영양 손실이 적고 맛도 좋다. 냄비에 잘 씻은 감자를 넣고 감자의 2/3 정도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은 뒤 소금을 약간 넣는다. 설탕을 넣으면 끈적이므로 단맛을 원한다면 다 찐 뒤에 설탕을 곁들여 먹는 편이 낫다. 센 불에 익히다 물이 1/3 정도 남으면 불을 줄이고 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찐다. 젓가락으로 찔러서 탄력이 느껴질 정도로 쑥 들어갈 때 불을 끄고 뜸을 들이면 포슬포슬하다.
시골 밥상 차리는 사람들
가수 양희은 노래처럼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어머니의 밥상 매주 토요일 아침 전파를 타는 SBS-TV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시골 밥상’ 코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시골 밥상과 양희은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는 매주 시골 어르신들을 만나 손맛 담긴 우리네 밥상을 차리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수수한 충청도 밥상부터 특유의 감칠맛이 나는 경상도 밥상,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 마을을 찾아다닌 지도 언 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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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진행하는 ‘시골 밥상’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레시피가 아닌, 찾아간 댁 어머님의 방식 그대로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대본도 없고, 양념을 얼마만큼 넣으라는 계량법도 없이 요리에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그대로 공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실 그가 먼저 제작진에게 제안해 선을 보이게 됐다. “요리 정보 TV 프로그램에 리포터들이 나오는 걸 보고 ‘저런 건 좀 나이 든 이들이 제대로 알고 주고받는 얘기를 들려줘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 외갓집에서 얻어먹던 음식의 맛을,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그대로 배우고 맛을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시골 밥상’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죠.”
그가 말하는 ‘좋은 프로그램’은 시작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촬영 가는 길에 기차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오늘은 무슨 밥상 차리러 가냐?”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그런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얼마 전, 그간의 기록을 글과 사진으로 담은 책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을 펴내기도 했다.
‘우리 집 밥상은 내가 지킨다’라는 소신으로 결혼 후 단 한 번도 다른 이에게 주방을 맡기지 않았다는 그는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면 꼭 그날 배운 것을 따라 해본다. 나름 살림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24년 차 주부지만 복습할 때면 속이 상한다고 한다. 시골 어머님 댁에서 먹던 그 ‘기가 막힌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난 분들이 반백 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어서인지 눈대중과 맛보기로만 양념해도 간이 딱딱 맞아떨어졌어요. 대단한 고수들이시죠. 또 그 어떤 어머니도 돈 주고 식재료를 사지 않으셨어요. 웬만한 채소는 마당 한쪽에서 조달하고 간장, 된장, 참기름 등의 양념도 모두 직접 만드시니 그 신선도와 손맛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양희은은 언젠가 직접 일군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를 수확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에 방송 스케줄까지 소화하느라 지금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에게는 사과 상자, 와인 상자라도 구해 직접 채소를 기르라고 권한다. 산에서 자란 어린순을 따고 삶고 말려서 장아찌를 담는, 삶의 고비고비에서 전해지는 지혜 그리고 맵디매운 살림살이 솜씨 등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여운이 길다. 그 여운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양희은의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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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메뉴 1 선조의 지혜가 느껴지는 국화잎냉국 영주의 한 마을에서 난생처음 먹어본 메뉴로 재래종 국화여야만 만들 수 있다. 어린 국화잎에 밀가루를 묻히면 서리 맞은 모양새가 되는데,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런 요리를 해먹는다는 게 얼마나 운치 있고 멋있게 느껴지던지. “음식은 하는 재미, 먹는 재미, 먹이는 재미까지 세 가지 재미가 있다”고 하시던 그댁 아버님이 떠오른다.
재료 국화잎, 밀가루, 쪽파, 실고추, 간장, 식초, 참기름, 찬물
만들기 1 깨끗이 씻은 국화잎에 밀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데친 뒤 잎이 물 위로 떠오르면 재빨리 건져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①의 국화잎에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뒤 찬물을 넉넉히 붓는다. 3 쪽파는 1mm로 잘게 썰고 실고추는 적당히 썬다. 4 ②에 간장과 식초를 넣어 간을 맞춘 뒤 ③의 파와 실고추를 얹어 장식한다.
추천 메뉴 2 입맛 돋우는 개운함, 청양고추양념장 고령에 사시는 곱고 푸근한 인상의 어머님께 배운 메뉴. 어머님은 여름에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마다 이 양념장을 밥에 비벼 잡수신다고 한다. 난생처음 먹어봤는데, 한마디로 그 맛에 꽂혔다고 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우리 간장 붓고 약한 불에 올려 자작하게 볶아내면 입맛이 살아날 만큼 개운함이 끝내준다.
재료 청양고추, 마른 멸치, 다진 마늘, 간장
만들기 1 청양고추는 깨끗이 씻어 채썬 뒤 잘게 다진다. 2 마른멸치는 손질해 손으로 잘게 찢는다. 3 냄비에 ①의 청양고추와 ②의 멸치, 다진 마늘, 간장을 넣고 뭉근한 불에 끓인다.
시골 밥집 아줌마로 사는 요리연구가 윤혜신 마음을 어루만지는 자연 밥상 “밥집을 하며 깨달았습니다. 밥 짓는 일은 너와 나의 생명을 살리는 경건한 노동이라는 것을, 밥을 짓는 곳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사랑이 쏟아지고 용서와 화해가 샘솟는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서 「착한 밥상 이야기」에서 윤혜신은 밥을 짓는 일을 ‘생명을 살리는 재미난 놀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궁중 요리 전문가, 건강 요리 전문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문화센터와 대학에서 요리를 가르치고, 우리 전통 음식을 알리는 해외 행사에도 참여하며 방송 출연도 하지만 그는 ‘시골 밥집 아줌마’로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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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속도를 맞추기 어려워 시골로 이사를 간 지 8년째. 40년간의 도시 생활을 접고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당진의 한 마을로 내려갔다. 어려서부터 다른 이에게 대접하고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 밥 먹기를 좋아했던 그는 당진에서 ‘미당’이라는 밥집을 차렸다.
“마음을 반쯤만 걸치고 어설프게 살았던 도시에서는 만족을 얻지 못했어요. 텃밭 농사를 짓고 들나물을 캐고 꽃밭을 가꾸며 하루하루 사는 이 속도가 제 삶에 딱 맞아요.”
서울에 있을 때보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는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한다.
친정엄마에게서는 우리 고유의 음식을, 시집 와서는 시할머니가 궁중에서 배운 요리를 전수받은 그는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맛깔스러우면서도 건강한 요리를 만든다. 그리고 누군가 요리 비법을 물어오면 기꺼이 그만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그는 “요리의 반은 자연스러운 재료이고 나머지 반은 간”이라고 말한다. 구하기 어렵고 비싼 재료보다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싱싱하고 맛있다. 또 각종 미네랄을 함유한 ‘진짜 천일염’에서는 인공조미료에서 느낄 수 없는 감칠맛이 난다.
된장과 매실액, 식초도 그만의 비법. 직접 담근 된장은 짭짤한 간과 구수한 맛이 그 어떤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려 채소소스, 고기 양념, 볶음장, 찌개, 나물 등 곳곳에 넣는다. 매실액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따는 싱싱한 매실로 만들어두었다가 1년 내내 쓰고, 해물을 데치거나 생선 조림할 때는 식초를 조금씩 넣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마음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온 몸에서 좋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손에서는 맛있는 기운이 배어나와 음식이 절로 맛있어진다고.
“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아픈 사람의 영혼을 안아주는 것, 그래서 밥으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식당을 크게 하나 더 지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밥을 해 먹는 우리 마을 밥집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렇게 시골사람으로, 밥집 아줌마로 신나게 지내고 싶어요.”
추천 메뉴 1 풍성함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해물비빔밥 사람은 극도로 화가 나거나 언짢거나 슬플 때 달콤함의 유혹, 배부름의 유혹을 받는다. 사춘기 시절부터 절망, 슬픔 등의 감정 때문에 괴로우면 부엌에 있는 온갖 재료를 양푼에 넣고 비벼 먹었다. 슬픔을 비껴가지 않고 정면으로 막아서는 요리. 풍성한 비빔밥은 온갖 헛헛한 슬픔을 넘어서는 존재의 가득함이다.
재료 꽈리고추, 취나물, 무, 느타리버섯, 새우, 우렁, 낙지, 달걀, 청포묵, 김, 다시마가루, 참기름 비빔장(고추장 1/2컵, 된장 2큰술, 참기름, 통깨, 다진 마늘, 파)
만들기 1 꽈리고추와 무, 느타리버섯은 손질해 팬에 볶고 취나물은 무친다. 2 해물은 손질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3 달걀은 도톰하게 지단을 부쳐 채썬다. 4 청포묵은 채썰고 김은 구워 손으로 부순다. 5 그릇에 밥을 담고 다시마가루와 참기름을 뿌린다. 6 ①, ②, ③,④의 고명을 보기 좋게 올린 뒤 비빔장과 함께 낸다.
추천 메뉴 2 할머니의 손맛, 수수부꾸미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을 비아냥거릴 때 ‘그 밥에 그 나물’이라 한다. 하지만 먹을거리만은 예전부터 계속 먹어온 그대로가 가장 좋다. 수수가루 반죽을 둥글넓적하게 떼어 뜨끈하게 지져내는 부꾸미는 할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별미.
재료 찰수수가루, 불린 팥, 식용유, 소금, 설탕, 물
만들기 1 찰수수가루와 물을 1:1로 섞고 소금으로 간한 뒤 되직하게 반죽한다. 2 불린 팥은 솥에 넣어 푹 삶은 뒤 팥 1/2 분량의 설탕을 넣고 조린다. 3 식용유를 두른 팬에 ①의 반죽을 지름 10cm 정도 되도록 올려 부친다. 4 가운데 ②의 팥소를 넣은 다음 반으로 접어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그릇 협찬 / 이도(02-722-0756) ■장소 협찬 / 심우장(02-920-3413) ■요리 스타일링 박용일(stylish yong), 남경현(어시스트) ■진행 / 이은선(객원기자) ■사진 / 원상희 ■자료사진제공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반찬가게), 「착한 요리 상식 사전」·「착한 밥상 이야기」(동녘라이프) ■진행 / 이은선(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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