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HOT한ISUUE

금화로 만든 드레스..강마에 [베토벤바이러스]김명민 분

솔리스톤1 2008. 11. 10. 10:45


 

 

금화로 만든 드레스.

www.soliston.kr 


 

올 가을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가 드디어 다음주 수요일 18회, 단 한 회의 마지막 방송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연 모두의 갈등은 잘 해결될 수 있을까,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되는 건지, 시향은 어떻게 되는 건지,
강마에와 작건은 진심으로 화해를 할 수 있는 건지, 강마에와 두루미는 정녕 헤어지는 것인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시청한 어제 17회의 방송...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17회의 방송을 보기 직전까지 내 관심의 초점이 대부분
'과연 강마에가 다시 두루미에게 마음을 열까?' 라는 데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내내 강마에가 인간적이고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릴 만한 장면들이 무수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음악에 있어서의 굳건한 신념 때문에 그가 모든 인간적 감정선들을 잘라내려 함으로써

드라마의 갈등과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자인 작건도 내치고, 연인인 두루미도 내치면서, 자신만의 알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강마에.
실력도, 카리스마도, 리더쉽도, 심지어 말솜씨과 옷맵시에 유머감각 까지 최강인 그가 마음만 열면..!
어쩐지 이 드라마의 갈등은 모두 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마음만 열면.. 작건과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화해할 수 있고,
청력을 상실해가는 애잔한 여인,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두루미의 곁에서 위로받고 위로해주며 행복해할 수 있고,
특유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쉽으로 시향을 이끌어가며 오합지졸 단원들도 꿈을 이뤄갈 수 있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다. 희망, 행복한 이야기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17회의 방송을 본 나는
정말 할말을 잃었다. 아...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이 복잡한 심경...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말하지만 진심으로는, 울고 싶었다ㅠㅠ)

 

이제서야 겨우,
마지막회를 앞두고서야 겨우 나는 강마에라는 사람을 (강마에 표현을 빌려 '발가락 맛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제야 조금 (역시 '발가락 맛 정도') 알 것 같단 생각.

 

어쩌면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선율은 바로 강마에의 꿈이 아니었을까..
현실에 부딪혀 결국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꿈.
그리고 그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사람, 강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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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꾸고 싶었던 사람, 강마에ㅡ

 

 

오합지졸 단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음악은 잘하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데 니들이 왜 나서냐" 고 말한다.
게다가 "즐거운 연습 따윈 없으니 꿈에서, 환상에서 깨어나라" 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과의 첫공연을 멋지게 성공적으로 마친 강마에..
오합지졸 단원들이 꿈을 향해 한발짝 내딛을 수 있게 해주었고, 그들의 막힌 속까지도 뚫어준 강마에.. 그때부터 그는

아마도 자신의 진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을까.

 

 

"너만의 오케스트라가 생기는 거야...
눈빛 하나면 통하는 오케스트라...
부부처럼 평생을 같이 가는 오케스트라... 네 오랜 꿈이잖아"

 

오디션에서 탈락한 오합지졸 단원들을 규정에도 없는 연구단원이란 명목으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받아주게 된 강마에였지만
사실 그는 그 단원들을 자신만의 오케스트라,  눈빛 하나면 마음이 통하는 자신만의 단원들로 키워내고 싶어했음을...

 

 

 

"보통 단원들이면, 그래요. 저 공연 접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니까 하는 겁니다.
왜? 여러분들은 잡초니까. 이미 이런 일 겪어봤죠? 그리고 다 이겨봤죠?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련을 줍니다. 고로 우리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갑시다. 가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인지 보여줍시다!"

 

강마에는 자기 자신이 바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실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실력이 곧 권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신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을 수 있는, 놀라울 정도의 공평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인 그가 처음 오합지졸 단원들을 무시했던 것은 그들의 출신 즉, 캬바레, 똥덩어리, 치매, 날라리, 전자악기, 수의사 등등..
그들의 출신이나 경력을 문제삼았던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허접한 실력 때문일 뿐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강마에란 사람이 존경스러울 정도 아닌가?)

 

하지만 강마에의 꿈은 현실에 부딪힌다.
오합지졸 단원들의 출신과 경력을 문제 삼고, 그들의 꿈을 가로막는 듯이 보이는 차가운 현실은 단원들의 꿈을 막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꾸려나가고자 했던 강마에의 꿈을 막은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마에는,

꿈을 위해서 싸우기로 한다.

 

 

 

"근데 이렇게 까지 그 사람들을 끌어안는 이유가..?"

 

"제 단원들이니까요.

지휘자들이 많은 연주자들을 만나지만 내 사람이다 할 수 있는 단원을 만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평생 못만나는 사람도 있죠. 저도 지휘 데뷔하고 15년 만에 그런 사람들을 만난겁니다.
절대 쉽게 포기 못합니다."


※ 이쯤에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아마도 강마에와 작건이 대결하는 듯한 구도가 마치, 전장에서 아군끼리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일 듯도 싶다.

 

처음부터 강마에와 음악스타일이 달랐던 제자 작건은
사사건건 나서는 강마에의 도움을 간섭과 압박으로 느끼며 반항하게 되고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갈등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위기가 아니었다.

 

아들과 아버지가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다투게 된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 때문이었음을...
아들도 아버지도 서로를,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갈등은 저절로 풀리게 되어 있는 것처럼

강마에와 작건, 둘 역시 그러했다.

 

강마에는 자신과 다른 스타일의 작건을 끊임없이 꾸짖고 질타하고 내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작건에 대한 애정과 오합지졸 단원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오합지졸 단원들, 그리고 작건과 두루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갈등하는 듯 보이는 그들 모두는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하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되어 있었고
또한,

이미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마에는,

그가 지지 않기를, 무릎꿇지 않기를, 고개숙이지 않기를, 도망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들의 믿음과 그들의 희망을 위해

결국엔 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현실이라는 더러운 전장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결국 현실은 현실.

꿈은 깨어지고,
모두가 실패한다.
오케스트라는 결국 해산하고, 시향도 해체되며, 강마에도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그 더러운 현실 속에서 귀를 막아버리고 꾸는...

 

강마에의 꿈ㅡ

 

  

 

나는 이 장면을 보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강마에란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쩌면 이미 마음이 닫혀있는 사람도, 알 속에 갇혀있는 사람도 아닐 거라고..
단지 그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단원들에게, 작건에게 끊임없이 말해왔던 것이 아닐까.
즐거운 연습같은 건 없다고,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프로가 되면 즐겁지 않다고, 음악이 일이 되는 거라고..

현실은 꿈과 같지 않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마에의 꿈ㅡ

 

 

 

이 꿈을 통해 나는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강마에가 현실 앞에 표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가 얼마나 꿈꿔왔을지,

즐거운 오케스트라..
모두가 함께 웃고 행복해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그리고 그 꿈은 아마도
자신과 방식이 다른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제자를 통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가볼 수 있는 꿈은 아니었을지..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에 순수한,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는
오합지졸 단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그 꿈에 한 번 다가가보려 했던 강마에가 아니었을지..

 

 

 

현실에 맞서 누구보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고자 했던 사람은
바로 강마에가 아니었을지...

 

 

 


- 글, 영화평론가 이자 상담심리교수 심영섭

베토벤 바이러스의 핵심은 <모순>에 있습니다.

그 모순은 한 인간 안에 있는 모순이죠.

 

즉 강마에의 경우는 위악적인 면이 있는 인간이고, 작건의 경우는 위선적인 면이 있는 인간입니다. 

강마에의 경우는 악하지 만은 않지만 악하려고 들고, 작건의 경우는 선하지 만은 않지만 선하려고 듭니다.

 

즉 두 강건우는 한  인간 안에 있는 위선성과 위악성의 대극을 대변하는 인물로

사실은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있는 두 자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작건보다 강마에 에게 열광할까요?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작건처럼 행동하려 듭니다. 선하지 않지만 선하려 드는 것이죠.

감히 강마에 처럼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평판과 사회적 위신 때문에.

 

그런데 강마에는 그렇지 않죠. 강마에가 기본적으로 악하지 않지만 악하려 들 때, 그는 세상에 독설을 퍼 붓죠.

이 오케스트라는 내 오케스트라라는 소유욕, 이런 사과는 진심이 아니라는 솔직함,

이외에도 자신이 느끼는 경쟁 상대에 대한 질투나 실망감 등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이죠.

 

웃긴 건 그가 자신의 사랑이나 연민같은 긍정적인 선한 감정은 한 없이 두려워 하고 감춘다는 것입니다.

 

강마에는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그림자 자아 (쉐도우)에 해당하고,

그 그림자 자아가 의식까지 기어 올라와 보란 듯이 우리 시청자들의 감정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직설은 시청자들에게 송곳 같은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그가 저렇게 말하는 게 완벽한 악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안도감을 동시에 주는 것이죠.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사람들은 진정 자신의 심리 상태와 정반대로 가면서도

완벽한 프로페셔널한 세계를 구축하는 강마에 에게 경외감과 압도감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 특히 두루미와 김갑용은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나머지 사람들도 모순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루미는 두 강건우의 마음을 진실로 꿰뚫고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두루미는 귀가 멀었지만 가장 잘 듣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보에 주자인 김갑용은 치매지만 가장 현명한 사람이죠.

김갑용은 지휘자도 때론 인생에게 지휘 받아야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마에 에게 일깨웁니다.

 

즉 드라마 속의 모든 인물들은 이러한 모순과 양면성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두루미와 김갑용 두 사람은 강마에의 페르조나, 즉 겉으로 드러내는 가면으로서의 성격에만 반응하지 않고,

두루미는 강마에 에게 사랑의 설레임을, 김갑용은 강마에 에게 인생의 용기에 대해 일깨웁니다.

 

이제 이 모든 인간적 영향과 감정적 지진은 강마에 그가 이제까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음악의 세계,

완벽한 세계라고 믿었던 꽉 막힌 내면의 벽을 송두리째 갈라 버리는 것이죠.

 

(흔들리는 그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양면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저렇게 하지 말았으면.. 더욱 더 통쾌한 독설과 당당함으로 무장하길 바라는 마음,

반면 그가 자기 세계를 열고 한 인간으로서 더욱 성숙하기를 바라는 마음.

시청자 게시판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죠. 요즘 ^^)

 

저는 이 드라마가 꿈을 찬양하는 드라마인 동시에 인간의 모순성을 일깨우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제가 볼 때 베토벤 바이러스의 결말은

이 드라마의 대 주제인 ‘모순’을 넘어,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심리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음악을 통해 사랑을 통해 얼마나 서로의 벽을 허물고 교감할 수 있는지, 그 ‘전염’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제목이 ‘전염’의 의미가 들어가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 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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