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HOT한ISUUE

수능합격 기원

솔리스톤1 2008. 11. 12. 12:28


[서울신문]한 번, 두 번, 세 번…삼백 번.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한다. 뜨거운 입김은 점점 거칠어진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었으리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이름 앞에 ‘부모’가 붙는 순간부터 그들은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지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준다.’는 부처님 앞에 전국 수백명의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입시 성공을 위해 향을 사르며 절을 하고 있었다

 

교대 진학을 바라고 있다는 딸에게 황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기도밖에 없다.“한 달 동안 기도하면서 부처님한테 매달렸어요. 우리 딸 실력만큼 성적이 나오도록 해달라고요.”


오후 6시. 이 시간이 되면 갓바위 부처님 아래쪽에 있는 공양간(절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은 참배객들의 임시 거처로 탈바꿈한다. 절에서 철야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 녹일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황금자(가명·경기 부천) 할머니는 이 곳에 머문 지 9일째다.

하나뿐인 외손녀가 수능을 잘 치르도록 기도드리러 왔다고 한다.“지난 1일에 내려왔다가 적응이 안돼 다시 올라갔어요. 다음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내려왔지. 하루에 108배를 다섯 번씩 하니까 총 540배 해요. 이젠 4800배 정도 한 셈이네.”하나뿐인 딸의 또 하나뿐인 딸이라 할 수 있는 뒷바라지는 다 해줬다. 공양간 구석에서 몸을 녹이던 황 할머니는 “옷도 못 갈아입어서 때가 꼬질꼬질하네. 나 더럽지요?”하면서 수줍게 웃는다. 외손녀는 할머니가 이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줄 모른다.

다음날 새벽 3시. 새벽예불 시간이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낼 수도 없을 만큼 삭풍은 매서웠다. 그런데도 20여명의 학부모들이 돌부처처럼 앉아 염주를 헤아리고 있다.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스님은 “서울 역삼동의 ○○○ 보체, 대구 월성동 ○○○ 보체….”라며 대입 합격 발원문을 올린 수험생들의 이름을 줄줄 읊는다. 귀마개에 파카 등등으로 중무장한 엄마들은 “약사여래불”이라고 중얼거리며 목탁 소리에 몸을 싣는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차가운 바닥에서 기도하던 장순남(46·대구 월성동)씨는 예비 고3 엄마다.“막상 닥쳐서 기도하면 소용없다.”면서 “내년에 수능을 보는 둘째아들을 위해 지금부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중학생 때는 식당에 몸이 매여 엄마가 있어줘야 할 자리에 대신 돈을 보냈다고 한다.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한때 전교 3등이던 아들은 고등학교 와서 성적이 수직 하락했다고 한다.“사교육도 소용없어요. 엄마가 관심 가져 주고 공을 들여야지.”라며 장씨는 이제부터라도 기도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선본사 혜찬 스님은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오는 학부모들을 보고 “심지어 숭고하고 거룩해 보인다.”고 했다.

스님은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순수한 이타심의 결정체’라고 했다.“단순히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닙니다. 좀더 큰 인물이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겠죠.”

글 사진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수능 전날 유의해야 할 것들

수험생들은 이날 하루동안 그간 공부했던 것을 가볍게 총정리하면서 마지막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한다.

●고사장까지 시간 미리 확인

수험생들은 이날 예비소집에 참석해 집에서 고사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미리 확인해둬야 한다.

시험 당일 이용할 교통편과 걸어야 하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확인해둬야 수능 당일 여유롭게 나올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시험장 앞이 매우 복잡할 것이므로 고사장 근처에서 걸어갈 수 있는 장소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다.

가능하다면 교실 위치와 좌석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수험표에 기재된 선택 과목이 자신이 선택한 과목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총정리

예비소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수능시험을 치를 마지막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와 지금까지 정리했던 자신의 참고서를 쭉 한번 살펴보면서 그간 배웠던 내용을 머리 속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온 힘을 다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뒤적거리며 부산을 떨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노트를 읽으며 각 영역의 주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틀렸던 문제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휴대물품 미리 챙기기

시험장에 가져갈 수 있는 물품은 한정돼 있다.

수험표,학생증,개인 필기구(흑색연필,지우개 등),시각표시 기능만 있는 일반시계 등 필요한 물품은 가방에 미리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대전화,MP3 등의 금지물품은 아예 시험장에 가져가지 않도록 수험생과 학부모가 한차례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가벼운 저녁식사

수능 전날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샤워 후 따뜻한 음료를 마신 뒤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되도록 밤 11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 최소 6~7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수능 전날 저녁식사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되도록 가볍고 부담이 없는 음식이어야 한다.

특히 소화가 잘 되고 담백하며 평소에 즐겨먹던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평소에 안 먹던 별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수험생에 과도한 관심 갖지 않기

수능 전날 수험생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크므로 학부모들이 과도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수험생에게 ‘시험 잘 보라’ 등의 관심은 오히려 수험생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학부모는 시험 전 자녀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수능 전날 잠들기 전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지난 3년간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생각해 보면서 긴장된 마음을 풀고 수능 당일 매 시간마다 시험을 잘 푸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자.”고 조언했다.

●수능 당일 유의사항

아침식사는 따뜻한 국물 종류로 위에 부담이 가지 않는 담백한 것이 좋다.

올해는 수능 한파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긴장감으로 체온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더울 때 벗을 수 있도록 얇은 옷 2∼3벌을 겹쳐 입는 것이 컨디션 유지에 좋다.

수능 당일 입실시간은 오전 8시10분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늦을 수 있으므로 20~30분 정도 일찍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서는 것이 좋다.

진학사 윤동수 본부장은 “수능 전날 준비를 철저히 해야 시험장에서의 불안을 덜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