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집 인테리어/한옥·백토·황토·흙집

자연과하나되는 ,공간의 안팎을 딱 자르지 않은 한옥,''우리 건축의 미학'' 강좌

솔리스톤1 2011. 8. 24. 12:07

자연과 하나되는 공간

공간의 안팎을 딱 자르지 않은 한옥

대청을 보자. 실내일까 실외일까. 비슷한 질문이 또 있다. 누각은 건축일까 조경일까. 두 질문은 대청이나 누각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근본을 캐다보면 공간의 안팎에 관한 질문이 된다. 공간의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는 무엇이며, 그런 경계는 과연 존재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더 근본적으로 실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존재한다면 실내의 속성은 무엇이며 실외의 속성은 또 무엇인지. 존재하지 않는다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공간생활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등 매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한옥에서는 공간의 안팎을 구별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다. 물론 집이라는 것이 비바람을 막아주고 편히 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팎 구별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정도인데, 한옥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급적 안팎을 갈라놓으려 하지 않는다. 한옥의 공간 얼개가 어딘가 모르게 느슨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창이라도 여기저기 열어놓으면 별로 튼튼해 보이지 않는 벽에 구멍을 숭숭 뚫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튼튼한 석재로 실내를 완전히 독립적 공간으로 갈라놓는 서양건축과 대비되는 특징이다.


 

 

김동수 고택 사랑채 한옥의 불이 공간은 이를테면 망망한 우주에 칸막이 몇 개 친 것으로 정의된다. 도대체 실내인지 실외인지 분별하는 일이 무의미하다.


 

 

 

안팎을 집의 근원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면 자연에 대한 기본 태도의 문제가 된다. 집은 물론 피난처(shelter)로 시작되었다. 이것은 동서양이 공통이다. 기계문명이 없던 아득한 옛날, 인류는 자연을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비바람과 태풍은 무자비했고 야생동물의 습격도 피해야 했다. 인류 문명의 발전사도 어떤 면에서는 이런 자연의 위협에 대한 대응의 역사였다. 그러나 자연이 과연 무자비하고 위협적인 것이기만 한 것일까. 여기에서 동서양이 갈라진다. 자연을 인간에게 불리한 것으로만 볼 경우 집은 피난처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가급적 밖에 대해서 꽁꽁 걸어 잠가야 한다. 서양다운 자연 개념이고 서양다운 집의 개념이다. 그래서 돌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공간의 안팎은 이분법으로 단절되었다.

 

동양은 달랐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더 근본적으로 자연은 반드시 무자비하고 위협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즐거운 것이기도 하고 고마운 것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함께 어울리면 생활 속에서 재밋거리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공간의 안팎을 둘로 딱 자르는 것을 경계했다. 생존을 보장해줄 최소한의 가름만 얻어지면 가급적 밖과 소통하고 함께하려 했다.

 

자연과 어울리는 누각 공간

한옥에서 안팎의 구별이 약하다는 것은 결국 집안에 자연을 끌어들였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자연은 반드시 원생림 같은 산과 강과 나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확장하면 인간을 둘러싼 광활한 공간 전체에 대한 대응의 문제가 된다. 외기와 바람과 햇빛 같은 환경요소도 자연이다. 한옥에서는 이런 것들을 집에 끌어들여 함께하는 즐거움과 이로움이 집을 밖과 이분법으로 단절시켜서 얻는 이로움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하회마을 남촌댁 한옥의 누각구조는 공간의 안팎 분별을
없앤 불이 사상을 잘 보여준다.

양동 심수정 한옥에 누각구조를 들인 이유는 자연과 적극적
으로 어울리기 위해서다.


 

 

 

한옥은 산과 강과 나무 같은 원생림으로 정의되는 좁은 의미의 자연과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어울린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누각이라는 독특한 건축형식 혹은 구조형식이다. 누각 은 자연과 소통하고 자연을 즐기기 위해 벽을 다 털어내고 기둥만 남긴 건물이다. 누각 가운데 최고는 물론 숲속이나 나무 아래 혹은 강가 바위 위에 위치하는 경우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지어지던 정자라는 것이다. 정자에서는 글도 읽고 문장도 지으며 술과 예술과 더불어 풍류도 즐긴다. 이 모든 것들은 사실 하나였다. 적어도 자연 아래에서, 정자 속에서라면 말이다.

 

다음으로 좋은 경우가 한옥의 후원 같은 곳에 단독으로 짓는 누각이다. 그리 흔하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집에서 자연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자연과 하나 되려는 의지의 발로였다. 마지막 경우가 한옥의 집안에 누각구조를 들여 방과 함께 짓는 경우인데 누마루와 대청이 그것이다. 누각 구조를 군더더기 없이 만들기 위한 한옥만의 장치가 있는데, ‘벼락치기 문’이라는 것이다.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문이다. 여닫이와 미닫이만으로는 누각 구조를 만드는 데 부족하다. 창문을 아무리 활짝 열어도 벽의 일부가 남기 때문이다. 골조만 남기고 벽을 다 털어야 진정한 누각구조가 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창문 형식은 벼락치기 문밖에 없다.

 

‘단독 누각-누마루-대청’으로 이어지는 벌거벗은 구조는 분명 한옥, 혹은 동북아 특유의 공간형식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어울리며 자연을 즐기는 일을 피크닉 가듯 마음먹고 하는 이벤트로 보지 않고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항시적이고 당연한 일로 만들려는 건축 장치이다. 선비문화에 견주어 생각하면 풍류를 즐기기 위한 공간구조이다. 풍류란 단순히 술 먹고 노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세계관의 한 형식이다.

 

 

불이(不二)와 탈물(脫物)

자연과 하나 되려는 공간 개념은 불교와 도교 사상의 가르침과 연관이 깊다. 불교에서는 불이 사상이 대표적이다. 불이 사상이란 세상만물을 가르는 이분법의 분별이 사실은 사물의 본성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지은 인위적인 헛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고 본디 하나이듯 내-외부 공간도 하나이지 서로간에 나머지 반쪽처럼 대별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간을 안팎으로 굳이 분별하려 드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가르친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해서 남을 누르고 물질을 더 많이 거머쥐기 위한 공리적 목적일 것이다.


 

 

 

청풍 후산리 고가 불이 공간은 벽의 물질이나 벽이 한정하는 면적에 대한 욕심을 경계한다.


 

  

 

도교에서도 비슷하게 가르치는데, 물질에 대한 집착을 경계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물질에 집착하면 그 덫에 걸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 마음을 괴롭혀 갉아먹으며 결국 몸마저 망가지게 된다는 경고이다. 이를 한옥의 불이 공간에 적용해보면, 벽의 물질다움에 집착하면 방의 면적이나 벽의 치장 같은 각종 물욕에 사로잡히게 되며 이를 위해 자신의 능력 밖의 재화를 탐하게 된다. 그 다음 어떤 악순환의 고리가 전개될지는 말 안 해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내 마음이 짓는 부질없는 헛것에 매달려 몸과 마음을 망친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공간은 중요하다. 공간에 대한 인식은 결국 세계관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미세 통로이다. 물질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공간에서 벽에 집착해서 면적을 늘려 재산을 늘리려 한다. 벽을 화려하게 치장해서 그 자체에 탐닉도 하려니와 이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과시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집은 바깥에 대해서 꽁꽁 걸어 잠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의 일생은 늘 무언가에 쫓기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행복하지 않다. 반면 안팎의 경계를 가급적 허물어 외기와 어울리며 사는 사람은 집이 넓을 필요도, 화려하게 장식할 필요도 없다. 넓고 화려할수록 오히려 외기와 어울리는 데 불리하다. ‘아흔아홉 칸’ 대감댁이라지만 한옥의 방들이 정작 기대보다 넓지 않은 이유이다. 물욕의 순환 고리에 빠지지 않게 되니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갉아먹으며 살 일도 없어진다. 바람 한 줄기, 햇빛 한 가닥에 만족하며 안팎의 분별심을 없애는 것이 진정한 이로움이며 자신의 건강을 지켜 정말로 큰 것을 얻은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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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의 미학'' 강좌 열려

2011-08-19 오전 10:21:56 게재

 부산박물관은 `우리 건축의 미학''을 주제로 제11기 박물관대학을 열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박물관대학은 다음달 1∼29일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30분 박물관 소강당에서 연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강좌는 모두 10강으로 구성된다.△한국 건축사 개론 △사찰 건축 △서원 건축 △마을과 한옥 등의 내용으로 강연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오는 26일까지 홈페이지(museum.busan.go.kr)에서 인터넷 접수. 선착순 80명 모집.(610-7145)


 

 

글·사진 임석재 /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동서양을 막론한 건축역사와 이론을 주 전공으로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명비평도 함께 한다. 현재까지 37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공부로 익힌 건축이론을 설계에 응용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jyimis@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