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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인류'두뇌짱'의 시대]앞쪽 뇌를 깨워라

솔리스톤1 2009. 1. 12. 12:52

[21세기 신인류 ‘두뇌짱’의 시대] 앞쪽 뇌를 깨워라

 
 
앞쪽 뇌는 기업의 CEO역할 많이 쓸수록 치매 안 걸린다
‘앞쪽형 인간’ 펴낸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앞쪽형 인간은 앞쪽 뇌의 시계 기능을 사용하여 미리 시간을 철저하게 계산한다. 차가 막힐 것도 예상한다. 그리고 3시에 만나기로 했다면 2시40분이나 50분에 도착하여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거래처 담당자와 나눌 대화 내용을 다시 한번 챙겨본다. 그래서 거의 약속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나덕렬(52)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 7월 초 그가 펴낸 책 ‘앞쪽형 인간’을 읽다가 움찔했다. 그와 약속한 시각은 오후 4시.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해 10분쯤 지각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도 하기 전에 ‘뒤쪽형 인간’으로 낙인 찍히겠구나!’ 낭패감이 몰려왔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별관 8층 25실. 나 교수는 컴퓨터 모니터에 영어 논문을 띄워놓은 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연구실 한쪽 구석엔 ‘앞쪽형 인간’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한 신경과 전문의이자 인지신경학자인 그에게 ‘앞쪽형 인간’의 출간은 첫 번째 ‘외도’다. 바쁘기도 했지만 다른 생각도 있었다. “제 스타일이 좀 그래요. 누굴 만나더라도 늘 뭔가를 지적하려 하고 교훈적인 얘기를 해주려 하죠. 자녀와의 관계, 제자와의 관계 모두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내 노력으로 그들을 바꿔보려 애를 쓰곤 했어요. 그런 맘이 좀 사라졌을 때 책을 내더라도 내자,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이 책도 내고 보니 잔소리가 많더라고요.”(웃음)

‘앞쪽형 인간’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흔히 ‘전두엽’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앞쪽 뇌가 기업으로 치면 CEO와 같은 역할을 하며, 일정 훈련을 반복하고 노력하면 앞쪽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 년간 앞쪽 뇌 손상 환자의 증상을 관찰해온 그가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나 교수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2년 반쯤 전. 8개월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집중해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출간을 결심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책의 구성이었다. ‘앞쪽형 인간’은 모두 세 부분으로 돼 있다. 1부는 나 교수가 만난 전두엽 치매 환자 이야기, 2부는 ‘앞쪽 뇌 발달시키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3부는 자신의 경험을 녹인 ‘나의 앞쪽형 이야기’다. “처음엔 제가 만난 환자 이야기만 넣으려고 했어요.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자 싶었죠. 그러다 보니 책에 저자의 목소리가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2부에선 ‘뇌를 발달시키려면 이렇게 하라’ 식의 지침을 담았고 제 솔직한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감동을 주고 싶어 3부까지 쓰게 됐어요.”

각 장 마지막에 있는 인터뷰도 흥미롭다. 나 교수는 ‘앞쪽형 인간’을 대표하는 유명인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직접 섭외하고 인터뷰해 실었다. “안 교수는 서울대 의대 후배라는 인연으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줬어요. 박진영 대표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직접 JYP엔터테인먼트로 연락해 연결됐죠. 가본 상태의 원고를 보여주고 미국에 있는 그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는데 무척 감동 받았어요. 목소리가 굉장히 하이톤(high tone)인데 한 치의 주저함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강한 에너지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더군요. 제가 보낸 원고를 꼼꼼히 읽고 인터뷰에 응한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사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뇌도 갈고닦으면 발달한다’는 메시지는 언뜻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나 교수는 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제가 발표한 논문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단계별 치매 환자를 고학력자와 저학력자로 구분한 후 MRI(자기공명영상법) 촬영을 통해 각각의 뇌 피질 두께를 측정했죠. 그랬더니 같은 단계에 이른 치매 환자 중 고학력자의 뇌 피질이 더 두꺼웠어요. 나무가 뇌, 바람의 세기가 뇌세포 손상 정도, 나무가 흔들리는 현상을 치매에 비유한다면 고학력자는 뿌리가 튼튼한 나무에 비유할 수 있어요. 같은 바람을 맞아도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죠. 두뇌 활동을 통해 뇌를 단련시켜 왔다는 얘기예요. 평소 뇌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연구 결과입니다.”

‘신경과 의사가 낸 뇌 관련 책’이라고 하면 딱딱한 실용서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양쪽형 인간’엔 ‘자주 고요함에 머물러라’ ‘여유와 여백의 힘을 사용하라’와 같은, 잠언에 가까운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이 역시 수많은 뇌 손상 환자를 만나며 그가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두엽 치매 환자들이 제 연구실에 들어오면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해요. 물컵에 든 물은 단숨에 들이켜고 휴지상자를 올려놓으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휴지를 뽑아냅니다. 그들을 보며 ‘아, 이 사람은 주위 자극에 놀아나는구나’ 생각합니다. 그들에겐 ‘나’의 존재가 없어요. 내가 누구이며 내 삶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거죠. 그런데 희한한 건 정도만 다를 뿐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너무 닮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일, 여유와 여백을 즐기는 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눈을 감고 고요함에 자신을 맡기는 바로 그때 전두엽이 활동을 개시한다고 보면 정확해요.”

나 교수는 요즘도 평균 하루 40명의 환자를 만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만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그의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하면 최소한 6개월은 기다려야 할 만큼 치매 분야에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의로 손꼽힌다.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일명 ‘예쁜 치매 만들기 운동’이다. 예쁜 치매란 치매에 걸리더라도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는 치매 환자를 가리켜 그가 붙인 병명이다. “노년은 자기 인생의 결산입니다. 심지어 치매까지도 그렇죠. 평소 생활 방식이 어땠느냐에 따라 치매 증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 잘 웃고 긍정적인 사람은 치매에 걸려도 놀랄 만큼 잘 지냅니다. 결국 치매란 나이 든 사람이 아닌, 결산할 인생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이에게 더 중요한 문제예요.”

 

 
| ‘앞쪽형 인간’되기 |

당장 실천하는 ‘똑똑하게’ 오래 사는 법


‘앞쪽형 인간’은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어떻게 하면 앞쪽 뇌, 즉 전두엽을 잘 갈고닦을 수 있는가?’에 관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두 번째 장 ‘앞쪽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참조하면 된다. 저자 나덕렬 교수의 동의를 얻어 이 장에 소개된 ‘앞쪽 뇌를 발달시키는 일반적 방법’을 발췌·요약해 싣는다.

■ 듣기보다는 발표를 하라
인간의 언어 중추는 보통 왼쪽 뇌에 위치하며, 알아듣는 센터와 표현하는 센터로 나뉜다. 표현하는 영역은 앞쪽에, 알아듣는 영역은 뒤쪽에 있기 때문에 듣기보다는 말할 때 앞쪽 뇌가 활성화된다. 단 같은 말이라도 친구와의 가벼운 대화보다는 연설이나 발표 쪽이 앞쪽 뇌를 훨씬 더 강하게 자극하므로 효과적이다. 부모나 친구 앞에서 줄거리 있는 이야기를 말하거나 특정 사실을 요약해 발표하는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 가능한 한 많은 단어와 표현을 찾아라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단어를 생각해 내는 일은 앞쪽 뇌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1분 안에 말할 수 있는 단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에 이 훈련은 더욱 필요하다. 예컨대 1분 안에 알고 있는 꽃 이름 빨리 말해보기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정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말꼬리 잇기나 십자말 풀이(cross word puzzle) 같은 게임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작업기억 용량을 늘려라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흔히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이야기할 때 단기기억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그러나 작업기억은 아주 짧은 시간에 정보를 보유하기만 하는 단기기억과 달리 정보를 ‘잠시 보유’함과 동시에 간단한 ‘조작’까지 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장기기억이 주로 뒤쪽 뇌를 거쳐 저장되는 데 반해 작업기억은 앞쪽 뇌를 통해 일어난다. 작업기억의 대표적 예는 100에서 13을 순차적으로 빼는 암산이나 전화번호 거꾸로 말하기, 장기나 바둑에서 다음 수 생각하기 등이 있다.

■ 외국어를 배워라
‘모국어를 말할 땐 왼쪽 뇌만 활성화되지만 외국어를 말할 땐 오른쪽 뇌까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외국어로 말할 땐 뒤쪽 뇌에 저장된 단어 검색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단어들을 조합해 문장을 구성하는 문법 능력도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스크린 영어 같은 것을 따라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친구와 영어로 대화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행동이 앞쪽 뇌 훈련에 더 도움이 된다. 더듬거리며 말하다 실수하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앞쪽 뇌는 성장한다.

■ TV를 끄고 책을 읽어라
같은 스토리를 화면으로 보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상상력’이다. 번쩍거리는 불빛을 보면 시각중추에 혈류가 증가한다. 그러나 불빛을 보지 않고 상상하면 다른 방식으로 시각중추가 활성화된다. 책을 읽을 땐 대개 책의 정보를 조합해 장면과 인물을 상상한다. 이는 앞쪽 뇌가 뒤쪽 뇌에 저장된 장면 조각과 인물 정보들을 모아서 영화를 만들듯 시각중추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앞쪽 뇌와 뒤쪽 뇌를 훨씬 더 골고루 사용하게 된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