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부동산이야기

서해안을 잡아라

솔리스톤1 2007. 11. 17. 21:20

서해안 시대, 투자가치 높은 도시는?

 
‘부동산으로 돈 벌려면 서쪽을 봐라?’ 요즘 부동산시장에 ‘서향(西向)’ 바람이 거세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서해안 인접 도시에 대한 기업 투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 얼마 전 현대중공업이 전북 군산에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혔고 송도를 비롯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대형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해안 도시 중 옥석을 가린다면 가장 투자가치 높은 도시는 어디일까. 매경이코노미는 전문가 자문을 구해 투자 유망한 도시를 추천 받았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인천 송도를 최우선 투자처로 꼽았다.

청라, 영종 지구를 포함한 인천경제자유구역 3인방 중 가장 유망하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8배인 5289만㎡(1600만평)으로 기존 신도시와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넓은 규모만큼 수용인구도 많아 2020년까지 약 10만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기존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고 도로와 교량이 계속 건설되는 것도 송도 투자자에게 끌리는 요소다. 2009년 서울역까지 연결될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고속철도와 함께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까지 완공되면 ‘국제도시’ 면모를 갖출 것이란 기대가 많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태욱 대신증권 부장은 “송도는 수도권 북서쪽의 대표 지역으로 서울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인천국제공항의 배후도시와 연계돼 개발이 속속 진행 중이라는 게 매력”이라고 밝힌다.

특히 내년 9월 개교 예정인 송도국제학교 호재가 유독 부각될 전망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연세대, 고려대, 인하대 등 유명 대학들이 캠퍼스나 연구센터 등을 속속 조성한다면 국제도시 자부심과 함께 강남 못지않은 ‘교육도시’ 면모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밝힌다.

이런 기대감에 비해 외자 유치가 다소 부진한 건 아쉽다. 미국 모건스탠리나 포트먼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지금 투자 유치규모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 외자유치가 계속 지연되면 자칫 ‘주거타운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호재로 주목 ■

두 번째 후보지는 충남 당진.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서해안 공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한보철강 덕에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97년 한보철강의 추락과 맞물려 힘을 잃었다.


하지만 당진은 2001년 본격 전환점을 맞았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부터다. 그리고 3년 뒤인 2004년부터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재활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일관제철소 건설에 웬만한 국책사업 건설과 맞먹는 5조24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지금 군 전체가 ‘리모델링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업 수는 500여개를 훌쩍 넘어섰고 200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00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입주신청을 했다. 대기업의 입주는 곧 인구 증가를 의미한다. 최근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건설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대원 연구원은 “지난해 당진군 인구는 13만명인데 내년 시 승격을 앞둔 시점에서 주택 보급이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주거단지와 상권 개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립 효과가 지속되는 한 미래도 밝다. 연산 700만톤 규모로 건설되는 일관제철소는 2011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일관제철소는 엄청난 설비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건설에 따른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만 4만명에 달한다. 건설기간 중엔 1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까지 기대된다. 석문국가산업단지, 송산·합덕산업단지까지 줄지어 들어서면서 힘을 보탤 전망이다.

충청권이라 서울 근접성이 약한 건 단점. 하지만 충청권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하면 서울에서 당진IC까지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게다가 2009년 개통 예정인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는 서해안, 경부, 중부 고속도로를 잇는 ‘굵직한 횡축’ 역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한태욱 부장은 “당진에 철강 관련 회사들이 계속 진입하면 유동인구가 늘면서 도시 범위 역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힌다.

■ 평택, 서해안 물류이동 중심지 기대 ■

세 번째 후보지는 평택. 국내 3대 국책항 중 하나인 평택은 수도권에 위치해 서해안 산업벨트의 물류이동 중심지로 도약 중이다.

김일수 KB골드앤와이즈 부동산팀장은 “평택은 서해안 산업벨트란 장점 외에도 천안, 수원, 인천, 파주 등의 기업 수출항구로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분석한다.

미군기지 이전 역시 호재다. 2012~2013년으로 예정된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에 새로운 상업, 거주 지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제비즈니스센터, 종합행정타운이 들어서는 국제평화신도시로 개발되면서 각종 인프라 시설이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쌍용자동차가 평택공장을 짓고 있는 등 기업 유치가 잇따르는 것도 당진 못지않은 호재다. 쌍용자동차는 2011년까지 자동차 33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평택공장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비록 3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전북 군산 역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2년 새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기업 투자가 4조원대로 급증했다. 군산 지역 투자협약을 맺은 회사만도 108개에 달한다.

충남 당진군에 위치한 산업단지.
옥도면 국제해양관광단지 조성부지 일대 6개 섬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제외하면 현재로선 부동산 거래가 자유로운 편이다. 한편으로는 향후 부동산 규제가 집중 포화될 우려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새만금특별법 발표 등을 계기로 군산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다.

전남권의 신흥개발도시인 무안 역시 다크호스로 꼽힌다. 무안국제공항을 통한 항공 물류단지의 거점으로 평가 받는 데다 관광 가치도 충분하기 때문. 아직 때 묻지 않은 수많은 휴양관광지 개발, 즉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 서해안 도시의 미래 위상은? 】

◆ ‘제2의 울산’ 몇 곳 나온다

= 서해안 도시 중에서도 수도권 이남의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다. 까다로운 수도권 규제를 피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중국과 지척인 항만을 끼고 있는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오던 공업도시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제2의 울산’이 앞으로 몇 곳은 탄생할 것이란 얘기다. 박상언 대표는 “우리나라 중공업이 수년간 장기호황으로 자본 여력을 갖춘 데다 울산, 창원, 거제 등의 기존 중심지 공장용지가 소진돼 생산기지가 점차 서해안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밝힌다.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국토 남북을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역시 서해안도시 개발의 뒷받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경철 3M컨설팅 대표는 “지금까지 경부고속도로 축이 한국의 성장엔진으로 커왔다면 앞으로 서해안고속도로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다. 실제 서해안고속도로 통행량은 계속 느는 추세다. 당진, 대산, 아산 지역으로 연결되는 송악IC 통행량을 봐도 2002년 하루 통행량이 5771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400여대로 급증했다.

박대원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 면에서도 서해안 도시들은 서울, 수도권 포화상태를 완충시키는 작용을 해 상승여지가 큰 투자처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각종 규제 탓에 외지인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상언 대표는 “서해안 도시 역시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단순한 아파트투자보다는 군산, 당진, 평택 순으로 토지투자를 노려보는 게 좋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