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창업·성공전략·부자되기

`부자 되기 위해 나라가 클 필요는 없다`

솔리스톤1 2007. 6. 12. 14:43
앨빈 토플러 본지 단독 인터뷰
1970년에 '미래의 충격', 80년에 '제3의 물결', 90년에 '권력이동', 2006년에 '혁명적인 부(Revolutionary Wealth)'를 써서 역사의 전환기마다 미래를 예측해 주목받은 앨빈 토플러 박사가 다시 서울에 왔다. 한국에서는 '부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혁명적인 부'는 지난해 12월 출판 당시 널리 소개됐다. 그래서 이번에 그를 만나서는 그가 이 책에서 비켜간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토플러 박사는 KMA(한국능률협회)초청으로 5일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CEO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한다.


만난 사람 =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부의 미래'는 국가와 사회가 부를 형성하는 과정을 다루었는데, 개인들이 돈을 벌고 쓰는 데 동서양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미국에서는 세금제도가 부자들의 기부행위를 장려합니다. 억만장자들만 세제 혜택을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들도 교회와 학교 등 주변의 작은 기관들에 기부해요. 그런 세제(稅制) 말고 문화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죄책감(guilty) 같은 걸 가져요. 돈 쓰는 행위의 동서양의 차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부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건 사실입니다. 빌 게이츠와 같이 기부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있고, 세계화로 가치와 아이디어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이죠.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가를 살펴보면 시대마다 유행하는 테마가 있어요. 요즘은 환경과 빈곤 문제가 뜹니다."

-정당하게 돈 번 사람이 왜 죄책감을 느낍니까.

"자신은 돈을 많이 벌었는데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책임감이 들겠죠."

-부자나라 미국은 왜 천문학적인 돈을 이라크에 쏟아부으면서 아프리카의 기아와 에이즈 피해자들을 돕는 데 인색합니까.

"이라크에 쏟아부은 돈은 대부분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 오니까요. 언론이 말하는 천문학적 전쟁경비는 한 부분만 보고 2~3단계 뒤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쓴 돈은 이라크로 들어가는데, 국방부를 통해 민간에게로 갔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어요. 1차 걸프전 때 사담 후세인은 이란과 전쟁중이면서도 이란과 협력했어요. 대량살상무기가 이란과 시리아로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도는 있나요.

"이란과 대화해야죠. 이라크전쟁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수니파와 시아파가 싸우는 종교의 측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싸우는 대리전, 국가간 전쟁과 길거리 갱들의 전쟁이 그겁니다. 미국은 국가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 시각에서 전쟁을 시작했는데 상대는 종교적인 전쟁을 하고 있어요."

-토플러 박사는 '부의 미래'에서 남한의 '빨리 빨리' 정신과 북한의 시간 끌기 작전을 비교하셨습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남북대화나 6자회담이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거나 급작스럽게 중단될 수도 있습니까.

"때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있지요. 많은 당사자가 있을 때 속도를 통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기 쉽지 않아요. 6자회담과 남북대화의 속도는 북한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건 아주 불행한 일이에요."

-아시아는 미.일 군사동맹의 보호막 아래서 경제발전과 안정을 이룰 수 있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중국이 미.일 동맹에 맞서는 초강대국으로 등장하면 사정은 어떻게 달라집니까.

"역사는 예정된 행로 위를 일직선으로 진행하진 않습니다. 중국에 관한 예측은 너무 단순화돼 있어요.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GDP(국내총생산) 등 전통적인 경제 수치만 보고는 알 수 없습니다. 중국은 불안정합니다. 7000~8000 건의 시위가 있었다는 중국 경찰 통계는 의미심장해요. 2020년께 중국이 수퍼파워로 등장한다는 예측은 너무 순진합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매우 똑똑하고 속도와 시간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발전 속도를 잘 조절하고 있죠."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중국의 중앙정부가 국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제2의 마오쩌둥이 나타나 현 체제를 뒤엎고 사회를 장악한다고 하셨는데요.

"솔직히 매우 도발적인 발상입니다. 중국인보다는 중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사실 중국이 통제를 잃고 그 결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너무 끔찍한 일입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젊은이들을 일종의 '유목민'으로 만들어 학교와 가정과 모든 권위로부터 탈출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IT 기술이 사회와 공동체를 해체하는 건 아닙니까.

"그들 사이에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으로 봐야겠죠. 매일 몇 시간씩 가상공간에서'제 2의 삶'(second life)을 사는 젊은이들을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해요. 이번 주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로 서로에게 경찰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활용했다고 해요. 기술은 국가에 의해 통제될 수 없어요. 앞으로 우리는 매우 기이한 운동 또는 동맹들의 태동을 보게 될 거예요. 합리적이고 인류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고, 광적이고 분파적인 종교 집단도 형성될 겁니다. 기술은 최첨단인데 사회제도가 후진적인 데서 오는 격차 때문이죠."

-인터넷의 시대에도 한국.중국.일본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립니다. 언제까지 그럴까요.

"정치인들이 민족주의를 악용하는 짓을 중단할 때까지요. 민족주의의 성장은 국가 자체가 약해질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국가는 독점적 권력을 잃고 있습니다. 근대적 국가 탄생 이후 처음입니다. 국가는 이제 다국적기업.비정부기구(NGO).유엔 등과 권력을 공유해야 합니다. 국가의 개념이 약화하면서 국가는 민족주의를 부추깁니다. 국내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한 전략이죠."

-핵문제에 대해 미국은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습니다. 인도와 이스라엘의 핵무기에는 눈을 감고 북한과 이란의 핵무장 저지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미국의 이런 정책이 정당합니까.

"거기엔 논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웃음) 단순 계산으로는 모두가 동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잠재적인 위협이 다릅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분쟁중이긴 하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개연성이 낮죠.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그런 보장이 없어요."

-'부의 미래'에 중동.이슬람.무슬림에 관한 부분이 빠진 건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아랍과 이슬람에 대해 많이 읽었지만 결론에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중국의 힘의 원천은 그 영토와 인구의 크기입니까.

"중국을 논할 때 흔히 규모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옳지 않아요. 규모가 커서 성공한다는 건 대량생산 시대의 사고입니다. 지금은 다양화, 틈새, 맞춤형 생산의 시대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나라가 클 필요는 없어요. 싱가포르.두바이.아일랜드 등 작은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보세요. 지금 중국은 제2의 물결인 산업시대이기 때문에 규모를 말하는 겁니다."

-그래도 덩치 큰 중국 옆에 있는 한국은 일단 규모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사를 가야죠. (웃음) 50~100년 뒤에도 중국은 하나의 중국일까요. 여러 개로 쪼개져 있을 수 있고, 중앙보다는 지방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질 수도 있어요. 하나의 큰 중국은 산업화 시대의 시각입니다. 새뮤얼 헌팅턴도 '문명의 충돌'에서 중국이 네 개로 나뉘는 시나리오를 썼는데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라크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데 실패한 미국이 민주주의 확산을 통한 평화라는 정책을 포기할까요.

"민주주의 확산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발상은 사기(fraud)예요. 민주주의의 개념을 너무 단순화했어요. 선거를 치렀다고 다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의 단계와 연관있다는 것을 간과하는데, 1차 물결(농업경제)의 전통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어려워요. 적어도 2차(산업화경제)와 3차(지식기반경제) 물결이 민주화의 조건입니다. 상대국의 문화.경제환경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플러그 꽂듯 집어넣는 건 순진한 발상입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