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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경고택
오랜 역사를 지닌 고택에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과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이 작품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우리만의 아름다움 말이다.
ㅁ
아무래도 공간과의 어우러짐도 많이 고려했을 것 같은데요. 하지훈 고택의 콘텐츠를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그전에 운경 선생이 이곳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듣고 그 스토리를 상상하며 공간을 구성했죠. 예를 들어, 사랑채는 정치를 하셨던 운경 선생이 사람들과 모임을 갖던 곳이었어요. 원래 이 자리에는 청나라풍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요(당시에는 한옥에 어울리는 입식 테이블이 없었기에 중국의 것을 사용했다), 그것을 빼내고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를 고안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목적에 맞게 만들었죠. 제가 만든 의자는 높이가 조금 낮아요. 한옥의 낮은 천장을 고려한 것이라
한 3cm 정도 낮죠.
이번 전시에서 유달리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장응복 콕 집어서 이야기해야 한다면 지장이요. 종이 패브릭이라는 것이 철이나 유리 같은 물성에 비해서는 굉장히 약해요. 그런데 그 약함이 또 소통을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강점을 발전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지장 같은 경우는 아직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이 없어요. 그래서 건축하는 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파티션이나 병풍처럼 지장이라는 아이템이 현대 건축과 아예 설계 단계부터 맞물리는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서촌만 해도,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람들이 작업한 것이 많아서 일본식 창살이 많아요. 한옥인 것 같은데 막상 들어가보면 일본식 집인 거죠. 그래서 젊은 건축가들이 그런 부분에 관심을 둔다면 좋겠어요. 하지훈 저는 소반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요. 소반은 본래 좌식을 기반으로 하는 가구인데, 지금은 의자를 사용하는 시대이니 그것을 의자의 요소 중 하나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죠. (앞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것도 호족 소반을 모티프로 한거예요. 저것은 일주반이라고 소반의 높이를 올려서 티 테이블로 만든 것이고요. 그러한 작업에 저는 애착이 가요. 원래는 좌식 문화였던 것을 이 시대에 맞게 반영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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