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공간이다. 둥그런 나무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 임스 체어가 어우러진 공간은 마치 카페 같은 느낌. 주방 옆 파란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작은 방을 개조해 만든 드레스 룸이 나온다. 2 매끈하게 바른 회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을 더한다. 만약 얼룩진 것이 신경 쓰일 때는 사포로 살살 밀어주면 금세 뽀얀 처음 모습으로 되살아난다고.
뉴욕 스튜디오 스타일의 작은 아파트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처음으로 꾸민 신혼집. 이○○·허○ 부부를 소개 받았을 때, ‘패션 업계 종사자’라는 타이틀에, 굉장히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집을 상상했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공간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집주인 부부는 원하는 바가 남달랐다고 한다. 가구는 최대한 덜어내고, 오롯이 부부가 편히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를 원했다는 것. 아내는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예쁜 집’보다는 전혀 꾸민 것 같지 않지만 은근한 감각이 느껴지는 뉴욕 스타일 스튜디오처럼 만들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딱 보기에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집은 살다 보면 금세 싫증이 나잖아요. 살다가 질리는 집보다는 살면 살수록 매력을 더하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1 현관에 짜 넣은 책장은 가벽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수납장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좁은 집의 알뜰한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부분. 2 침실에는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딱 2가지만 두었다. 커튼을 달지 않을 생각이라 창문에는 갤러리 창을 하나 덧댔다. 필요에 따라 위치를 옮겨가며 가리는 용도로 사용 중.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한 Minimum Design
이 집은 작은 평수에 방 3개로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전혀 좁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덜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거실은 천장을 트지 않고 오히려 기존 마감재에 석고 보드를 한 장 더 덧대었는데도 공간이 넓어 보인다. 이는 바로 면과 면이 맞닿는 부분에 여백을 두고 매몰식으로 마무리한 몰딩 덕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보통 천장에 석고 보드를 덧대 공사를 하는데, 벽과 맞닿는 부분에 틈을 두고 매몰식 몰딩으로 마무리하면 훨씬 시원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거실은 회벽을 매끈하게 칠해 모던한 분위기. 회벽은 질석을 넣고 울퉁불퉁한 질감을 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매끈한 느낌이 나도록 석회만 발랐다. 주방 바닥에는 화이트 컬러 타일을 깔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큼직한 가로세로 60×60cm 크기라 공간이 더 시원해 보인다. 주방 역시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일자형 싱크대가 길게 놓여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구조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싱크대 한 칸을 없애고, 부족해진 수납과 조리 공간은 맞은편에 병렬로 싱크대를 하나 더 두어 해결했다
1 매끈한 기본 디자인 문을 사용했지만, 포인트가 되는 ㄷ자형 손잡이를 달아 감각적이고 모던한 분위기를 낸다. 2 욕실은 배관이 보이는 곳까지만 기존 높이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위로 터 2단으로 만들었다. 효율성도 살리면서 감각적인 디자인.
보기에도 예쁘고 살기에도 편안한 집
아내의 요구대로 가구를 거의 두지 않고 모든 마감재를 단순하게 했음에도 이 집이 감각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군데군데 은근하게 드러낸 포인트 때문이다. 본래 싱크대에 이어 ㄱ자로 아일랜드 테이블을 설치할 생각이었으나, 이 역시 공간이 답답해 보일 것을 우려해 오브제처럼 둘 수 있는 둥그런 나무 테이블을 짜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좁은 집에서는 몇 cm 되지 않는 미묘한 차이에 따라 공간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테이블을 제작하기 전 신문지를 둥그렇게 오려 자리에 대고 답답해 보이는지 가늠해가며 최적의 사이즈를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요리조리 궁리하고 따져가며 만든 공간은 집의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반 식탁 대신 공방에서 제작한 나무 테이블을 두고, 커다란 유리 펜던트 조명을 달았더니 마치 카페 같은 느낌. 1층에 위치한 덕에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면 전원주택에 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단다. 이렇게 ‘집은 편안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해 부부가 원하는 바를 따라 차근차근 완성한 집은 일부러 멋 낸 느낌은 들지 않지만, 충분히 감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집이라 더 매력이 느껴진다.
출처.레몬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