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좋은글·따뜻한글

"고개를 숙이면 부딛치는 법이 없습니다."

솔리스톤1 2010. 7. 25. 18:12

◇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딛치는 법이 없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백락천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었다.

향주의 군수로 부임을 했는데 근처 절에 도림사가 법이 높은 고승이라는 이야기를 측근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재주가 많은 백락천이 '내가 한 번 시험을 해보리라' 하는 교만한 생각으로 절을 찾았다.

마침 스님은 큰 소나무 위에 올라 걸터앉아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스님! 나무 위에 앉아있는 것이 몹시 위험해 보입니다.'

'자네가 서있는 땅이 더 위험해 보이네'.

'저는 벼슬이 군수에 이르고 단단한 땅위에 서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겠습니까?'

'티끌 같은 세상의 벼슬과 지식 따위로 마음이 가득 찼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영특한 백락천이 얼른 스님을 알아보고 보감 삼을 만한 교훈을 청했다.

'죄를 짓지 말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오'.

평범한 말씀에 실망하여 백락천이 다시 비웃 듯 말했다

'스님! 그런 말은 세 살 먹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말입니다'.

'어허!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말이네만 여든 먹은 노인이라도 실천하기는 어렵지.'

그러자 백락천이 다시 스님께 예를 갖추어 절을 하였다.

조선에도 맹사성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약관 열아홉에 급제하여 스무 살에 파주 군수에 올라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느 날 근처 유명한 스님을 찾아 좋은 말씀을 청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고작 그것뿐이요?'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스님이 '기왕에 오셨으니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따랐다.

'손님에게 이게 무슨 짓이오.'

'찻물이 넘쳐 사방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알량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순간 맹사성이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