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분간 큰 폭 금리 상승 없을 듯
=금리와 정부 규제는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투자재 상품 성격이 강해지고 있어 금리 영향이 과거보다 커지게 된다"며 "금리가 오르는 것은 부동산 가격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조만간 큰 폭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자칫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신중히 결정될 것이고 그 폭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는 것이다.
박원갑 부사장은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큰 폭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실물경기가 완연히 회복되고 전체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라면 모르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내년에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값의 40% 이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금리보다 수급 상황 살펴라
=전문가들은 지금은 금리 인상 폭보다는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과 전세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PB부동산팀장은 "전세난을 감안하면 금리가 3~4%포인트씩 오르지 않는 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금리가 약간 높아지더라도 6~7% 안팎의 대출 금리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앞으로 2~3년간 강남 지역에서는 더 이상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없고 강북 재개발 단지가 사업 속도를 높여도 멸실주택이 늘기 때문에 전세금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팀장 생각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도 "앞으로 3년간 부동산시장은 수급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대출 원리금 상환 능력을 감안해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매수를 생각해도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사장은 "공급과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금리가 오른다 해도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부사장은 그러나 "현재 집값 수준은 상승세가 아니라 회복세 수준인 만큼 앞으로 금융시장 환경, 입주ㆍ공급물량, 정부 정책 등을 감안해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고정금리 갈아타기 서두를 필요 없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지만 고정금리형 대출은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1.5~2.0%포인트 높은 데다 금리 전망을 정확히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대출이 있다면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부랴부랴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설희 국민은행 도곡PB센터장은 "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며 "장기 대출을 원한다면 주택금융공사의 30년 보금자리론으로 금리를 확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대출이 아니고 예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처럼 시장 변수를 예측하기 힘들 때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좋다.
이남수 팀장은 "대출 수요가 줄어들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때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고금리 특판예금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는 언제든 금융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본격적인 대출 규제가 이어지기 전에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윤설희 센터장은 "부동산 구입을 결정했다면 행동에 빨리 옮겨라"고 조언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출 시기도 가능한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
이남수 팀장도 "LTV나 DTI를 줄이면 자영업자나 봉급생활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줄어든다"며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생각이라면 시기를 미루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박원갑 부사장은 "이자는 투자비용인 만큼 이자가 늘어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 상승기에는 집값의 30% 이상을 대출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