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여 울어라, 건강을 위하여! |
눈물엔 영양·면역물질 가득하고 심신 정화 효과도 뛰어나 |
김효명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 |
시와 노래의 소재로 칭송되는 여자의 눈물. 반면 남자의 눈물은 절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금기돼왔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맨몸으로 맞서야 하는 사내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도 애써 참는다. 오죽하면 자신의 눈물을 보고 불안해할까봐 가족과 함께 슬픈 영화를 보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할까.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금기와 달리 눈물은 분노와 스트레스에 지친 남자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훌륭한 수단이며, 우리 눈에 꼭 필요한 성분이 가득한 천연 영양제이자 항생제다. 신이 내린 또 하나의 물방울, 눈물의 비밀을 알아보자.
영양분과 면역성분 공급
눈물은 수분이 99%를 차지하지만, 그 안에는 눈에 이로운 영양물질과 면역물질이 가득하다. 눈에 영양을 주고 눈을 튼튼하게 하는 면역글로불린 같은 단백질을 비롯해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 이를 용해하는 라이소자임, 삼투압을 유지하는 나트륨 성분과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망간 성분 등이 그것이다. 혈관이 분포되지 않은 각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눈물의 몫이다. 공기 중의 산소가 눈물에 녹아 직접 눈에 흡수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감정상태에 따라 눈물의 성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 미국 화학자 블루납서는 양파껍질을 까면서 흘리는 눈물과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의 성분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감정 변화 때문에 흘린 눈물에는 외부 자극으로 인한 눈물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었다. 이들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물질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면 심혈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물질들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니 눈물은 감정에 복받친 속을 후련하게 해줄 뿐 아니라 심장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성분으로 심신 상태 알 수 있다
눈 건강의 변화에 따라 눈물 성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안구건조증에 걸린 사람의 눈물에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이나 단백질 분해효소는 증가하는 반면, 단백질 성분과 점성은 감소한다. 이는 안구건조증이 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질 때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눈물 성분으로 혈당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안과연구소 차터지 박사는 당뇨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눈물에 환자의 혈당 수준과 유사한 비율의 당분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물로 건강상태를 점검할 날을 기대해봐도 될 법하다.
눈물 적거나 많아 생기는 병
감정에 의해 흘리는 눈물의 양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지만, 눈에 늘 존재하는 기본적인 눈물의 경우는 다르다. 이 기본적인 눈물이 부족해서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생긴다. 이는 기본적인 눈물의 분비과정에 남성호르몬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은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눈물이 원활하게 분비되는 것을 돕는다. 하지만 여성은 폐경기가 지나면서 안드로겐의 분비가 줄어 안구건조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적은 양의 안드로겐만 분비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에겐 안드로겐 분비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안드로겐 분비가 감소한다 해도 여성만큼 안구건조증이 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남성 역시 노화되면서 젊은 시절만큼 눈물 분비가 충분하지는 않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남성의 41%가 중증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중년 남성들에게는 안구건조증만큼 빈번한 질환이 눈물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유루증이다. 이는 눈물이 내려가는 길이 눈물의 지방성분으로 인해 막히거나 과다 분비돼 생기는 질환이다. 바람이나 먼지 등의 자극이 없는데도 눈물이 줄줄 흐르거나 한쪽 눈에서만 계속 눈물이 흘러내리는 경우 유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남성 우는횟수, 여성 비해 5분의 1
울고 싶을 때 후련하게 우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울음은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작용을 해 긴장을 풀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에 동맥경화 환자들 중 소리내 우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는 건강한 사람과 위궤양이 있는 남녀를 대상으로 울음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위궤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울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잘 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금기로 인해 잘 울지 않는 남성들에게도 적용된다. 램지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것은 여성보다 잘 울지 않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성의 85%, 남성의 73%가 울고 난 후 심신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지만, 실제 남성들이 우는 횟수는 여성들의 5분의 1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는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것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앞에서 실컷 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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