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사랑

초여름엔 ‘비타민C’와 사랑에 빠져라

나른한 몸, 스트레스에 가장 필요한 영양소 … 섭취 상한선 없어 매일 챙겨먹어도 무방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해부학

비타민C의 역사를 들춰보면 괴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괴혈병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오랜 기간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했던 선원들에게서 시작됐다. 1497년 바스코 다가마는 동인도를 향해 항해하고 있었는데, 수개월 사이에 약 60%의 선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 죽어가는 선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 가운데 하나는 잇몸이나 구강점막 등에서의 출혈이었다. 그래서 이 질환에 ‘괴혈병(壞血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공해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경우, 괴혈병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성적인 비타민C 부족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봄철에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비타민인데, 그중에서도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비타민C의 섭취가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항산화제로 꼽히는 비타민C는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저해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비타민C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정제보다 액제 비타민C가 더 빨리 흡수된다   정제된 알약보다는 액제로 된 비타민C가 흡수율 면에서 더 뛰어나다. 마시는 비타민C의 경우 혈중에 녹아드는 시간이 정제보다 1시간 정도 빠르다. 특히 운동을 할 때는 매우 많은 양의 비타민C가 필요하므로, 비타민C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 정제는 액제보다 흡수율은 떨어지지만, 장내에 오래 머물면서 대장의 pH를 약산성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대장의 나쁜 균을 없애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하루 필요량은 6g   현재 비타민C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60~100mg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젠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생합성을 하지 못하는 인체에서의 비타민C 필요량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생합성이 가능한 동물들의 비타민C 일일 합성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면 된다. 많은 동물의 비타민C 생합성량을 조사한 결과, 몸무게 1kg당 70~200mg을 체내 합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의 경우, 하루에 적게는 5g(5000mg)에서 많게는 14g(1만4000mg)까지의 비타민C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록 이 결과를 인간의 비타민C 섭취량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해도, 여러 가지 비슷한 생물학적 현상들을 감안하면 참고가 될 것이다.     매 식사 후 섭취하면 좋다   미국의 비타민C에 관한 국립연구협의회(National Research Council for Vitamin C)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남녀의 비타민C 하루 섭취권장량을 최소 60mg으로 정해놓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섭취량 하한선을 60mg으로 정했으면서도 상한선은 없다는 점이다. 즉, 지용성 비타민의 경우엔 심한 독성 때문에 섭취량 상한선을 반드시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수용성인 비타민C는 상한선이 없다. 그런데 의사와 약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C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60mg으로 잘못 알고 있다. 비타민C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은 6시간이다. 따라서 끼니마다 일정량을 섭취해도 상관없다. 비타민C는 필요 이상 섭취될 경우 체외로 배출되므로 권장량 이상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비타민C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대장 내 병원균을 죽이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끼니마다 섭취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C는 원래 흰색   원래 정제된 비타민C는 흰색이다. 따라서 알약제제도 흰색이어야 한다. 그런데 흰색으로 정제된 비타민C는 시간이 오래 경과하거나 습기에 노출되거나 빛에 노출되면 산화하면서 색이 노랗게 변한다. 산화된 비타민C는 본연의 중요한 작용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     합성 비타민과 천연 비타민의 차이는 없다   흔히 합성 비타민보다 천연 비타민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구조적으로 똑같으며 기능 면에서도 차이가 없다. 천연 비타민의 경우 비타민C가 많이 든 식물에서 추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강한 산을 처리하는 등 합성 과정과 마찬가지로 화학적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합성 비타민과 거의 차이가 없다.     비타민C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은 없다   비타민C를 섭취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결코 부작용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C 섭취 후에 나타나는 설사는 대장에 있는 정상적인 미생물 군총(群叢)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이때는 첫 섭취량의 절반 정도 양으로 3~4일만 섭취하면 설사가 멈추고 변이 약간 묽은 상태가 되다, 일주일 정도 되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 후 바로 비타민C를 섭취했는데도 속이 쓰린 사람은 위장관이 병적인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 즉, 현재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병변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산인 비타민C(아스코르빈산)로 인해 속이 쓰린 것이다. 이렇게 비타민C를 섭취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면 물을 한 컵 정도 더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되며, 3~4일 혹은 일주일 정도만 견디면 속쓰림은 대부분 사라진다. 여름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의 요구량도 늘어난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담배를 피우는 사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비타민C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흡연은 비타민C의 혈중농도를 최고 40%까지 낮추고, 알코올은 비타민C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타민C 섭취량의 상한선은 없으므로 되도록 매 식사 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직장인들이 매 식사 후 비타민C 정제를 챙겨 먹거나 과일로 비타민C를 섭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C 드링크류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