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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대형서점 건강서적 코너에서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을 읽고 있는 고객.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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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원제 病氣にならない生き方)’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신야 히로미(72)라는 일본인이 쓴 이 책은 나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7쇄를 찍으며 순항하고 있다. 아주 많이 팔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강 서적치곤 괜찮은 판매고다. 지난 5월 15일 현재 이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 ‘건강·의학’ 주간베스트 7위, 알라딘 ‘가정·건강·요리’ 주간베스트 9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이 책에 ‘교보 추천’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아놓았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도 이 책은 ‘건강의학’ 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밤톨아기’라는 아이디로 서평을 올린 한 독자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침을 튀며 다녔다. ‘신야 히로미에 의하면…’ ‘신야 히로미가 그랬는데…’ 내가 마치 신야 히로미의 전도사가 된 것 같았다”는 말로 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낸 이아소출판사 편집 담당자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스테디셀러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 처음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2005년. 국내에 번역되기 전 1년여 만에 120만부가 팔렸고 근 9개월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특정 도서 판매량이 100만부를 넘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도서 에이전시 업무를 담당하는 출판칼럼니스트 이구용씨는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에서도 단행본이 100만부 팔리면 ‘톱 5’에 든다”며 “건강 서적 판매량이 120만부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의 저자 신야 히로미 박사는 현재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 현지에서 몇 가지 타이틀을 갖고 활동 중인 의사다. 최근에는 책 출간에 맞춰 미국과 일본을 몇 개월씩 오가며 강연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대장내시경. 그는 1969년 세계 최초로 개복(開腹) 과정 없이 대장내시경에 ‘스네어 와이어’라는 올가미 모양의 철선을 삽입, 대장 내 폴립(polyp·장기의 점막 등에 생긴 혹의 일종)을 태워 절제하는 수술을 성공시키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건강한 사람은 위나 장의 모양이 좋으며, 좋은 위상(胃相)과 장상(腸相)을 가지려면 신야식(式)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은 이러한 신야 박사의 주장을 집대성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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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는 따로 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은 출간 직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신야식 식습관’이라는 것이 상당 부분 일반적인 현대 의학의 주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유와 유제품의 유해성을 주장한 부분.
신야 박사는 책에서 ‘우유만큼 소화가 안 되는 식품은 없다’ ‘우유는 녹슨 지방덩어리다’ ‘우유는 아토피나 알레르기, 백혈병, 당뇨 등을 유발한다’ ‘우유를 많이 마시면 골다공증에 걸린다’ ‘요구르트를 마시면 장상(腸相)이 나빠진다’ 등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독설을 쏟아낸다.
우유뿐만 아니다.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위 점막이 손상된다’ ‘육류 위주의 식사는 노화를 재촉한다’ ‘백미(白米)는 죽은 식품이다’ ‘지나친 운동은 백해무익하다’ 등 이견의 여지가 많은 의견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단정지어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