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집 인테리어/한옥·백토·황토·흙집

전통의 멋을 오감을 통해 느끼고 원형 살린 채 독특한 공간감 이룬 무무헌 한옥

솔리스톤1 2013. 6. 8. 14:30

원형 살린 채 독특한 공간감 이룬 무무헌 한옥

 

골목길과 소통하다


우리 전통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집주인 윤영주 씨가 1930년대 한옥을 매입해 건축가 황두진 씨와 함께 개보수한 무무헌(無無軒).

그 곳에 들어서면 우리 전통의 멋을 오감(五感)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지난 1999년 봄, 북촌의 한옥 군락을 보존해 관광자원화 한다는 소식이 있을 즈음 우연히 방문하게 된 북촌의 한 한옥에선 할머니 홀로 외로이 살고 계셨다.

자녀들은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집이 불편하다고 나가 살고, 집을 고치고 싶어도 법이란 게 뭔지 ‘내 집 내 맘대로’ 손 댈 수 없음을 토로하는 모습이 한옥을 아끼는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절박해 보였었다. 동네 아래는 마침 종로타워가 첨단을 자랑하며 위용을 뽐내기 시작한 때라 그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컸으리라.    

그나마 할머니의 생활을 지탱하는 건 이웃간의 정이었다. 밤이면 휑해지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외로이 몸을 누일지언정 동네 인심에 고향집을 끝내 떠나지 못하는 촌로의 마음과 다름 아니었다.

 

 

굽이굽이 좁은 골목에 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채소를 다듬거나 바느질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생사고락을 함께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끈끈한 공동체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되었던 것이다.(실제 아직 지원을 받지 못한 한옥이 모여 있는 동네 골목길엔 화초와 채소가 자라고 있고,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의자들이 있기도 하다.)





그 옛날,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촌에는 관리들이 살았다.

가문이 몰락하여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있는 남촌과 비교해 북촌으로 불렸던 것이다. 몇몇 고관대작의 집들은 그 형태가 남아 성공한 후손에 의해 혹은 재벌가의 집으로 보존되었으나, 일제기에 비롯된 도시화바람으로 서울로 밀려드는 인구를 소화하기 위한 고밀도의 한옥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이후 고도제한과 한옥지구 지정 등으로 보존돼 현재 북촌의 독특한 경관이 형성되었고, 서울시와 학계의 꾸준한 연구와 지원을 통해 북촌만이 가지는 고유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났다.

그사이 북촌은 언덕 아래 사람들도 살고 싶어 하는 조용하고 문화적 소양을 배경으로 갖춘 동네로 말쑥해졌다. 그러나 외지인들로 주민이 바뀌면서 도시한옥의 생명력이기도 한, 길과의 관계는 단절된 것이 사실이다.


인기척 없는 길에 숨통을 트다

 

가회동 길모퉁이에 골목길에 말을 거는 한옥이 하나 있다.

동네 다른 한옥들은 몸체가 길을 따라 길게 면해 방화담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집의 경우엔 한 면은 대문간이며 다른 한 면은 마당에 접한 담장을 이룬다. 담장 안쪽엔 마당 화초에 물을 주고 있는 주인의 모습이 살창[실은 열고 닫히는 주마창(走馬窓)] 사이로 어른거린다. 들여다보라고 만들었을 테니 눈이 마주쳐도 들여다보는 이나 내다보는 이 모두 얼굴 붉힐 일은 없어 보인다

. 인기척 없는 골목길에서 이제야 숨통이 트이려는 순간이다.

대문간 화단에 감나무와 소나무, 산딸기, 목련 등이 심어진 무무헌(無無軒)을 찾아갔던 때는 감꽃이 떨어지던 초여름이었다. 주워 꿰면 목걸이 하나 만들어질 정도로 감꽃이 많아 머지않은 가을 감풍년을 짐작케 했다.

“감나무는 버릴 것이 없지요, 꽃은 목걸이나 반지를 만들기도 하고 열매는 먹는 행복을 전해주고 잎은 붓글씨를 쓰기도 한답니다.”

단정한 주인어른이 대문을 열고 나와 감꽃을 줍고 있는 필자를 맞이한다.

 






실제 감나무는 마당을 가진 집에선 으레 한그루 정도 심어져 있지만, 열매 외엔 그 쓸모를 잘 알지 못한다.

당(唐)의 단성식(段成式)은 「유양잡조(酉陽雜俎)」에서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며,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벌레가 꾀지 않는다.

또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먹음직하며, 잎에 글씨를 쓸 수 있으니 칠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라 예찬했다. 지필묵이 귀했던 시절 주운 잎을 한 장씩 펴서 책갈피에 끼워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았다가 여기에 먹으로 글씨를 쓰면 잘 써진다고 한다.

대개 다른 잎은 미세한 털이 있어서 먹이 잘 묻지 않는 반면 감나무 잎은 매끄러워 먹이 잘 묻어 훌륭한 필기장이 되었다. 검게 먹이 든 먹감나무는 훌륭한 가구재로 쓰이기도 했으니 감나무의 존재가 무심히 보이지 않는다. 화단의 화초 하나, 마당의 수목 하나, 집의 가재도구조차 의미 없이 허투로 놓인 것이 없겠구나 싶어 집이 더욱 궁금해진다.

 

 

 



 

 

원형 살린 채 독특한 공간감 이뤄

 

무무헌은 가회동 31번지에 대지 175㎡(53평), 건물 102㎡(31평)이 F자 형태로 본채와 아래채 그리고 둘을 이어주는 채로 이루어졌다.

 2004년 구입 당시, 1930년대 지어진 다른 이웃집들이 그러했듯 생활의 편리를 따라 부엌이나 화장실의 위치 등이 옮겨지고 마당에 가재기를 한 집이었다.

 어린시절 충정로의 한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주인은 이집이 그 때 살았던 집의 형태와 규모가 비슷해 마음에 들어 했다.

 

건축을 담당한 건축가 황두진 씨와 원래 한옥의 공간구성을 되살리는데 의견을 모으고 1년여에 걸쳐 꼼꼼히 무무헌을 지어 나갔다. 최대한 원형을 살린 가운데 안방과 부엌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독특한 공간감이 형성되었다. 기단의 높이는 높은 채로 일정하게 하고 마당에서 드나들던 한옥의 부엌 바닥높이를 원래대로 낮추고 안방에서 부엌으로 내부 이동통로를 만들다 보니 공간의 개방감과 폐쇄감이 다양하게 연출되었다.


부엌 상부에는 주인의 바람대로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다락을 복원하였다.

사랑방, 대청, 안방, 부엌, 별채로 구성된 방과 작은 부엌 그리고 대문간의 아랫방 등으로 채워졌다. 구조적으로는 굴도리 7량 집으로 해체하면서 썩은 보나 서까래만 교체했을 뿐 최대한 부재를 살려 썼다. 대신 함석차양에 대한 거부감으로 전면에 없던 부연을 달고 막새기와로 마무리하는 등 필요에 따라 부분적인 변형을 가했다.

처마가 깊어지면서 숨을 쉬지 못하는 유리창호 대신 전부 한지로 창호를 마감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빗소리며 화초의 춤들을 감상할 때의 감동은 한옥만이 가진 정취로 되살아났다.

  

항상 개방되지 않는 개인 소유의 집인데도 북촌 한옥을 논할 때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집들 중에

하나가 무무헌이다.

국내외 귀빈들의 한옥체험장으로, 한옥건축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학습장소로, 오늘날 산조(散調)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통음악 연주자들의 소리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흔쾌히 제공되기도 한다.

집주인은 우리 것이 마냥 좋기도 했지만, 외국인이 오히려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심지어 북촌의 한옥을 구입해 거처로 삼는 모습을 보면서(비단 집주인만의 고백은 아닐 것이다.)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더욱 애정을 쏟게 되었다. 





선비의 사랑방 역할

 

무무헌은 일반 살림집이 아니라 집주인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집이다.

가까이 위치한 두 개의 레스토랑에서 걸어와 책을 읽고 붓글씨를 쓰고 집안을 가꾸고 마당을 손질하고 손님을 맞기도 한다.

병풍, 다탁, 지필묵, 서책 등이 놓인 대청은 언제든지 책이나 붓을 들기에 좋은 선비의 공간이다. 서예는 집주인의 취미로, 대학시절 서예를 배우다 전통소품에서 가구로 더 나아가 전통문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대들보에 걸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는 무무헌(無無軒)의 불교적 색채와도 맞닿는다. 정좌하고 붓글씨를 쓰며

마음을 비워내는 선비의 서실이자 승려의 승방이다.

대청 왼쪽은 사랑방으로 족자 옆에 걸린 유화 한 점도 자연스레 동화되어 있고 연상, 사방탁자, 소반, 옹기 등의 소품은 오랜 세월 발품을 팔며 하나씩 둘씩 모은 것이다.

북쪽으로 두 칸에 걸쳐 마련된 벽장문을 열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와 더불어 첨단의 오디오시스템이 메탈릭한 느낌을 자랑한다. 사진 촬영을 왔던 한 작가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한옥 구조의 좋은 공명을 만끽하며 사진작업을 했다고 한다.


살림집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불장, 옷장, 책장, 개인물품 보관장 등은 기본적으로 필요해 방마다 한 개 이상 설치된 수장공간으로 정갈한 한옥방의 절제미를 살릴 수 있었다.

벽감 부분의 문을 떼어내고 수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삼기도 했다. 특별히 복원한 안방에서 통하는 부엌 상부의 다락은 하나의 수장고였다.

특별히 소반에 애착을 갖고 모으다보니 이제까지 모은 물품들로 웬만한 전시를 열 수 있을 정도다. 서안으로, 찻상으로, 밥상으로, 전화대로, 화분대로 쓰임이 무궁무진한 소반은 통영소반, 나주소반, 해주소반 등 지역별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각기 독특한 구조미를  드러내며 집안 곳곳에 배치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죽으로 만들어진 횟대로 유엔본부까지 다녀왔던 것이라며 집주인의 자랑이 대단하다. 한복이 평면적이라 접어 걸어두면 횟대만큼 실용적이며 멋스런 가구가 없다. 모친이 직접 지어주셨다는 무명한복이 고이 걸려 있다.





한옥의 자연미를 살려낸 집주인의 관심과 애정  

 

한 무리의 일본 관광객들이 지나가다 열어놓은 주마창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고는 대문으로 돌아 들어와 예의 그 깍듯한 인사로 집 구경을 부탁한다. 집주인이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마당의 화초며 집의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일본인들의 감탄사가 연신 이어진다.


자연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한옥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고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 마당은 흙바닥에 마사토를 깔았다. 서울의 어느 공원을 가더라도 포장되어 있고 북촌을 오르는 길도 흙으로 포장해 흉내를 냈으나, 무무헌의 마당엔 담장을 의지하여 오죽, 붓꽃, 매발톱, 꿀꽃, 금낭화, 소나무 등이 굴뚝과 함께

 마당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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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아래에는 참새가 열심히 집을 짓고, 마당의 소나무엔 제비들이 날아와 지저귀다 떠나기도 한다. 방마다 분주히 오가며 쓸고 닦고 마당을 정리하고 화초에 물을 주다보면 무무헌은 도심에서의 번잡한 생각들이 사라지는 도량공간이 된다.

나무 뼈대는 표면만 벗겨내어 부드러운 색조와 함께 집의 역사를 드러냈고 외부만 스테인을 칠했을 뿐이다. 나무 뼈대에는 흙으로 면을 구성하고 회를 칠하였다.

바닥은 7~8장의 초배지를 바르고 한지장판에 콩댐하면서도 생활이나 관리의 편리를 위해 유리창이나 부직포를 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창호는 하나도 빠짐없이 창호지로 마감해 생태적인 한옥의 맛과 멋을 되살렸다. 조명은 간접조명을 기본으로 대들보나 종보 위로 등을 설치하거나 문틀 위, 천장 내 매입등으로 한옥의 구조를 부각시키면서도 고졸한 방의 멋을 깨뜨리지 않도록 했다.   




이제는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 부지런히 이방 저방을 다니며 문을 닫은 주인은 댓돌로 내려서며 ‘가장 내밀한 곳에서부터 문을 잠그고 나와 최종에 대청마루 문과 대문만 잘 단속하면 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는 표정이 씁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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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주거 형태로 한옥이 다시 각광을 받지만 여전히 방범의 문제에선 취약한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옥은 개별적인 존재보다 마을로 이루어져 이웃간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건축계획이 모색되어야 할 듯싶다.

무무헌은 한옥의 방범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마다 센서를 달아 보안서비스를 받고 있다. 가까이 청와대가 있어 북촌만큼 방범이 잘 되는 곳도 없다지만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고 마을 주민들간 교류가 없다보니 자율적인 방범 체제가 마련될 수 없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담장의 주마창을 닫는 것으로 집안 단속이 마무리되었다. 맘만 먹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열어볼 수도 있겠으나 외출 중인 집주인의 의도를 읽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장치가 애교스럽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