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좋은글·따뜻한글

어머니의 상사화

솔리스톤1 2010. 9. 7. 19:12

 

아, 상사화!

말로만 듣던 상사화를 다도원에서 만났다.

옛님(?)을 만난듯 반가웠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잎은 봄철에 나오며 연한 녹색이다.

6~7월이 되면 잎이 마르고 8월경에 꽃이 올라 온다.

꽃은 연한 붉은 색을 띄며 '상사화(相思花)'라는 말은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생각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식물도감에서)

 

잎은 꽃을 그리워하고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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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없을 때 꽃이 피기 때문에 잎과 꽃이 만날 수가 없지요.

어느 처녀가 젊은 스님을 짝사랑하다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상사병이 들어 알타가 그만 죽게 되어  저 꽃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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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우리 어머니같은 꽃이다. 향이 얼마나 진한지 다도원에 넘쳐 출렁인다.

꽃모양이 여인의 비녀같다고 원장님이 가르쳐주셨다.

대구수목원에서 만난 옥잠화가 생각난다.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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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도 잡초도 아름다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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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불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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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 그냥 들국화라고 불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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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꽃이라도 다기와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저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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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이 좋아하신다는 마타리.

앙징스런 소반에 얹어두니 더 멋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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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들인 개망초도 예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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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어릴 때 불던 꽈리도! 잡초 하나도 놓치지 않는 마음.

"빨간 꽈리 입에 물고 뽀드득...."

 

오늘의 다화꽂이는  참 여러가지 옛생각을 불렀다.


 

어머니의 상사화

임흥빈

 

추석 며칠 전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역 귀성을 하기 위해서 추석 전에 미리 성묘를 했는데 봉분에 가까이 갔을 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상사화라는 꽃 한 송이였다. 푸른 쪽빛 하늘 아래 앵두보다 더 붉은 자태를 자랑하며 서 있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카메라를 먼저 들이댔다. 행여 그사이 꽃이 질세라 고인에게 절도하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다. 하긴 많은 전설에 의하면 무덤 앞에 핀 꽃들은 가신님들의 넋이라고들 하니 고인을 대면 한 듯싶다. 또한 불그스레한 꽃의 모습이 한잔 술에 기분 좋으셨던 아버지의 웃는 모습인 듯싶다. 이 상사화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고인을 그리며 작년에 심은 것이다. 상사화 앞에 앉아서 꽃잎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마치 두 분이서 모처럼 만의 대화를 나누는 듯싶다. 하긴 살아생전에 소 닭 쳐다보듯 사셨던 분들인지라 무슨 정인들 있겠냐 싶었지만 그래도 사는 처소가 다르다 보니 가끔은 보고 싶으신 모양이다. 가끔 잘 계시는가 하고 안부 전화를 드리면 아버지 산소에 가서 무성한 풀을 손질하고 왔더니 팔, 다리, 허리가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시곤 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당신 가신지 10여 년째인데 아직도 보고 싶어 가시냐며 몸 상하신다고 하면 땅속에서 춥고, 배고플 텐데 하신다. 하여 예쁘게 핀 상사화가 더욱 반가우신게다.

 

그런데 돌아와서 식물도감을 살펴보니 어머니의 상사화는 꽃무릇이라 불리는 수선화과의 석산꽃이었다. 상사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상사화로 아신 모양이다. 꽃무릇은 약하디 약한 꽃대 위로 붉은 꽃잎이 한곳으로 모아 올려진 모양새가 별나면서도 화려하다. 그 화려함 속에 감춰진 전설은 사실 가련한 꽃이다. 이 두 꽃의 공통점은 꽃을 피우려면 잎이 시들어야 하루어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잎이 나오면 꽃이 져버려 마치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슬픈 연인을 보는 듯하며, 잎과 꽃이 피고 지는 시기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찰 주변에 많이 자란다는 점이다. 상사화에 대한 전설은 한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속세의 여인을 사랑하였으나 이며 절 마당에 풀을 심었는데 이 풀이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잎이 말라 죽은 뒤에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므로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한다하여 스님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 스님이 꽃의 이름을 상사화라 하였다고 한다. 상사화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한다면 석산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상사화와 석산꽃의 여러 이야기를 생각하며 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 하였다. 노후를 외롭지 않도록 조금 더 마음을 써 드리고 자주 뵈어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상사화는 상사화가 아니고 석산이라는 꽃입니다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상사화는 아버지와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 아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꽃이라 하니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만 그냥 놔두려한다. 어머니만이 지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셔 아버지의 옆에 묻힐때 까지 그냥 상사화로 부르려한다. 그 석산꽃은 언제까지나 우리 가족에게 어머니의 상사화로 남을 것이다. [200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