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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법

솔리스톤1 2008. 12. 3. 14:29

법륜 스님의 卽問卽說 20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법
 
 

얼마 전 직장 동료와 다투었습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며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나서 말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 이런 말을 해야 했는데….’ 하고 바보 저의 모습을 후회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황에 맞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상대에게 욕을 먹을 때, 또는 어떤 일을 부당하게 당했다고 생각할 때, ‘그때 내가 이런 말을 해 줘야 했는데’하고 생각이 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면 말할 것이 떠오르지요.

두 가지 조언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적절한 말이 그 순간에 떠오르기를 원한다면 내가 그 상황에 빠져들지 말아야 합니다. 왜 그 순간에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느냐면, 순간 화가 나거나 미워지거나 괴롭거나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고 보이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즉 사로잡히기 때문에 어리석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대응을 못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그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거기에 대응할 것이 떠오르는 거예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바로 그 순간 일어난 사건에 휘말려들지 않으려면 날마다 정진을 하면서 자기 경계에 빠져들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가 욕을 하면 내 기분이 나빠지는데 사로잡혀 같이 욕을 하게 됩니다. 상대가 욕을 할 때 ‘아이고, 기분이 나쁘구나. 얼마나 기분이 나쁘면 저런 말을 할까?’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상대는 화를 내더라도 나는 화가 나지 않아요.

내가 화가 나지 않으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런데 나도 화가 나니까 말은 해도 지나고 보면 실수한 것 같지요. 또 실수하기 때문에 말을 안 해버리면 나중에 바보같이 느껴지지요. 그러니 그 상황에 빠져들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적절한 말을 해줘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 적절한 말을 하고 싶다는 뜻은 이기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렇지요? 그때 그 말을 해서 상대의 입을 딱 봉해 버리고 싶은 마음, 이게 바로 이기고 싶다는 뜻이지요. 지금 왜 답답하냐면 이기고 싶은데 못 이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한테 묻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이기느냐?’ 하는 것을 묻는 거예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기려는 생각을 버리고, 이기려고도 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지려는 마음을 내면 그 시간에 아무 생각이 안 나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이기려고 적절하게 대응하려다 보면 남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됩니다. 내 가슴에 못 박힌 건 내가 깨닫고 뉘우치면 끝나는데, 남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 내가 뉘우친다고 끝이 나지 않습니다. 연애할 때 상대에게 차이고 나면 화가 나지요? 차이기 전에 내가 차버리고 싶지요? 그런데 내가 차버리면 나중에 내가 잘못했다고 느꼈을 때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내가 차이면 내가 놔 버리기만 하면 됩니다. 현명한 사람은 차이는 걸 좋아합니다. 혹시 지금 연애하는 사람이 있다면 차일 때까지 조금 기다리세요. 내가 남을 미워하면 내가 그 사람 만날 자유를 잃어버립니다.

미움이라는 것은 ‘너는 이곳에 오지 마라’는 출입금지와 같은 거예요. 내가 어떤 것에도 미움을 갖지 않으면 나는 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고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자유를 가질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꾸 감옥으로 만듭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방법은 이기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적절하게 말을 해 주겠다는 그 생각 자체를 버리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그렇게 하면 바보 같지 않습니까?”라고 하겠지요? 예, 바보가 좋습니다. 진짜 바보는 바보가 똑똑한 척하려는 것이에요. 똑똑한 척하려니까 힘이 드는 거예요. 그냥 “아이고, 제가 잘못 했습니다”하고 끝내버리면 돼요. 그러면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적절한 말을 하려는 그런 머리를 안 굴려도 됩니다. 그렇게 하고, 한번 지나고 나서 돌아보세요. 훨씬 낫습니다. 이기려는 걸 좋아하지 마세요. 지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기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패배지요. 이기려는 생각이 없으면 패배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