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좋은글·따뜻한글

더울 때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라

솔리스톤1 2007. 7. 27. 12:43

‘어지간히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선조들이 가르친 처세법이고

 극단적인 투쟁을 피하라는 삶의 지혜입니다.

생각을 돌이켜 집착하지 마십시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에 속지 마십시오.

전 늘 산에서 나무를 베고 살기 때문에 잘 압니다.

아무리 찍어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중심이 확실한  나무가 너무나 많습니다. 제 뜻대로 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십시오.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울 때 덥지 않고 춥다면 이것은 기상이변이고 생태계에 커다란 이상을 가져옵니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워야 합니다. <벽암록>에 보면 이런 문답이 나옵니다.

 

어떤 스님이 동산양개 선사에게 묻습니다.

‘몹시 춥거나 더울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사는 ‘추위나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이에 ‘어느 곳이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냐’고 재차 묻습니다.

동산양개 선사는 ‘추울 때는 네 자신이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라’고 타이릅니다.

 

자신의 맡은 바 일에 열중하면 더위를 모릅니다.

일없는 사람이 더위를 더 느낍니다.

용광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더위가 범접할 수 없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제철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더위가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 자신이 더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수해 복구현장에 가보면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뙤약볕 아래를 하염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흙더미에 묻힌 가재도구를 하나라도 더 건지려

불볕더위 속에서 땅을 헤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피붙이를 구해야겠다는,

살아야겠다는 일념 때문에 더위를 느끼지 못합니다.

 

머지않아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이런 더위도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지금 한시라도 곁에 없으면 못 견뎌하는 선풍기와 에어컨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됩니다.

모든 현상은 한때입니다. 이 현상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이라면  누가 감당할 엄두를 내겠습니까.

언젠간 사라질 것이니까 극복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깁니다.

더구나 우리가 살아있으니 이런 더위도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살아있음은 그때그때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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