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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살아야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솔리스톤1 2023. 4. 3. 12:44

 

제가 어떻게 살아야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병원에 갔다 왔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니까 뭐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뭔가의 마음의 불안요소가 있다면 그걸 제거해야 낫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지고는 행복을 도저히 저한테는 행복이라는 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치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 아버지가 저에게 그런 꿈을 키우게 했고 초등학교 4학년짜리한테 어음수표를 어음을 보여주면서 까지 의사가 되라고 했는지 그리고 제가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결과는 너무 참담하고 이렇게 살고 있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버지한테 어떤 존재였습니까? 스님~

 

서른인 질문자의 사연은 이렇다. 사업 실패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는 공부를 잘하는 질문자에게 의대를 가야 한다고 압박한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인서울 대학에 합격한 질문자. 아버지는 이것밖에 못 했냐며 책망하고, 술만 먹다가 갑자기 간경화로 세상을 뜬다.

아버지의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질문자를 두고 "네가 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라고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질문자는 지금까지 아버지가 꿈에 나온다고 한다.

"저는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였습니까?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열심히 살아왔는데 결과는 너무 참담합니다."

"자네 말하는 걸 보니까 아버지처럼 살겠네.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요?"

"전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자네 얘기는 아버지처럼 가는 길이에요. 자네 이제 곧 술 먹을 거예요."

"술은 이때까지 한 잔도 먹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먹을 거요. 자네가 지금 울분에 차있기 때문에,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답답해지고 방황하면 술을 입에 대고 알코올 중독으로 가고, 간경화로 가겠지 뭐. 아버지도 자기처럼 좌절을 겪으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술을 먹고 아들한테 희망을 건 거거든. 아버지의 카르마가 자기에게 내려오고 있는 거요. 자네가 그렇게 살고 싶으면 지금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되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부모의 카르마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가면 되고."

"그럼 전 무엇을 해야 합니까?"

"몇 살이에요?"

"서른 살입니다."

"직장은?"

"다니고 있다가 그만뒀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격할 확률이 높아요?"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런 게 바로 아버지처럼 가는 길이에요. 실패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 않았다면, 떨어지면 자네는 죽던지 술을 먹던지 또 하던지, 또 떨어지면 죽던지 술 먹던지 또 하던지 그렇게 되겠지. 실패할 거라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그게 벌써 안 좋은 조짐이에요.

아버지도 사업을 하면서 절대로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론이 나는 거예요. 실패할 수도 있지 뭐. 연애를 해도 실패할 수 있고, 주식을 사도 떨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는 게 인생인데 절대 난 그렇지 않겠다는 게 아버지랑 똑같이 가는 거지. 젊은 사람 사고방식이 잘못된 거야. 자네랑 결혼하면 여자 고생하지, 엄마처럼. 누구도 나처럼 이런 얘기 안 해줄 거야. 그렇게 안 살려면 지금부터 생각을 바꿔야 해.

자네가 아버지를 죽인 것도 아니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술 먹고 자기가 죽은 거기 때문에 질문자와 아무 관계가 없어. 근데 자네가 연결시켜서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잘못된 거야.

또 아버지 입장에선 질문자한테 의사가 돼서 집안을 일으키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뭐. 그러면 그 길을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는 거야. 자네는 부모의 노예가 아니고 자유인이니까. 내가 스님이 될 때 우리 부모님이 찬성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약 먹고 죽겠다고 하면 내가 출가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내 부모님이 약을 먹고 입에 넣는다고 협박해도 그건 부모님의 인생이니까 돌아가시던지, 사시던지 알아서 하시고 자식 된 도리로 장례는 치러드리겠다고 해야 이 길을 갈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죽인 것도 아니고, 본인이 죽겠다는데 어떡할 거야? 그러면 세상 사람들은 부모 죽인 나쁜 놈이라고 욕하겠지. 욕해도 상관없는 거야. 자기 입장이 그렇게 분명해야지.

이 세상에 사업 실패한 사람이 다 열심히 안 했나? 다 열심히 했지.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란 법이 어딨어. 부지런한 사람이면 농사를 망쳐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고 다시 하는 거지, 난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하늘도 무심하다며 술 마시고 그럼 이제 자기 아버지처럼 되는 거지. 자기 말하는 걸 들어보면 아버지랑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 말이야. 아버지가 사는 길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버지가 어쨌든 난 내 인생을 가야지. 서른 살 젊은이가 공무원 안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해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안 될 거면 자긴 죽을 거야?"

"꿈에서 자꾸 아버지가 나오고 하니까..."

"그건 개꿈을 꾸는 거지. 뭐 굉장한 것처럼 생각해. 그렇게 머리가 혼란스러우니까 꿈에 나오는 거지. 사람들이 꿈에 내가 나왔다고 많이 얘기하거든요? 그럼 난 웃지. 난 거기에 의미 부여를 안 한단 말이야. 수행자는 부처님이 나온 꿈을 꿔도 '속을 뻔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수행을 해야 하는 거야.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공무원 시험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하면 되는 거지. 시험에 떨어질 생각을 안 하면 거기에 중독돼. 노가다 해도 괜찮고, 무슨 일을 해도 괜찮아. 젊은이라면 그런 생각을 해야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뭐든 좋다고 생각해야지. 이게 훨씬 더 중요한 거야.

그리고 아버지가 사업 부도나면 기숙 학교 다닐 수도 있고 자기가 아르바이트해서 책 사면 되는 거지 뭐 그렇게 어릴 때 대단한 일을 했다고 난리야.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 다녀도 그런 소리 절대 안 하는데.

그렇게 좌절하신 아버님이 날 위해 기대를 걸고 하루하루 살아준 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해. 근데 그 아버지 기대가 올바른 기대가 아니란 말이야. 우리 아버지도 내가 승려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내가 스님이 돼도 아버지는 날 면서기 못했다고 탓해. 시골에선 면서기가 대단한 거거든.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각과 행동과 판단과 결정이 내 앞으로의 삶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질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생각으로 살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