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족의 멀티플레이 하우스
20평대 협소 주택 대전 해원이네
해원이, 지원이, 규원이, 세 자녀를 위해 부부는 과감히 아파트를 버리고 주거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종일 풍성한 집. 작지만 꽉 여문 공간 ‘해원이네’ 구경.
제대로 지어 평생 살 내 집을 꿈꾸다
직장 때문에 대전에 터를 잡은 정춘호 씨 부부.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자랄수록 활동량이 많아지는 아이들 때문에 층간 소음 등 한계에 부딪히게 되자 집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남이 아닌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일까?”를 고민하니 의외로 답은 쉽게 풀렸다. 다섯 가족이 편리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집, 구성원 각자의 영역이 지켜지는 동시에 한데 어우러지는 생활이 가능한 유기적인 공간. 무엇보다 창이 많아 밝고 마당도 최대한 넓게 허락되는 주택이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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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가치로서가 아닌 온전히 가족만을 위한 집을 목표로 하자 선택의 여지는 아파트 외에도 많았다. “그래, 한 번 제대로 지어 평생 살아보자!” 남편 정춘호 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어 집 짓는 일이 두려운 것만도 아니었다. 요사이 주택 건축 시장의 화두가 작은 집이지만 트렌드를 좇은 건 아니다. 먼저 예산을 잡고, 그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니 공간과 비용 등 모든 면에서 경제적이고 기능적인 협소 주택이 나왔다.
△ 해원이네 집의 특징은 부실마다 바닥의 레벨을 다르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같은 층에 있으면서도 주방과 거실의 높낮이를 달리해 보다 풍부한 공간감을 확보했다. 냉장고가 놓일 자리도 알뜰하게 확보하고 지저분한 설비들은 부분적인 가벽으로 가려 야무지고 깔끔한 공간이 되었다.
입주는 언제 하셨나요?
2013년 봄, 땅을 계약하고 가을부터 공사해 올 1월에 들어왔어요. 블러그구경가기
집을 지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신혼 때부터 시작해 8개월 전 막내 규원이를 출산할 때까지 저희 부부는 줄곧 아파트 생활을 했어요. 7년 동안 17평에서 24평까지 몇 집을 경험했고, 아이가 셋이 되자 한계가 왔죠. 이사하고 일주일 만에 아랫집에서 올라오고 이후로도 여러번 항의를 받았어요. 또 아파트는 공간이 획일적이다 보니 집에 있으면 어딜 가도 식구가 한 데 모여 있는 느낌이었어요. 공간도, 삶의 모습도 변화를 결심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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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위치는 어떻게 결정했나요?
집짓기에서는 땅 선택이 반 이상이에요. 택지가 개발되는 구역은 땅값이 비싸고 재개발·재건축하는 구 도심은 묶여 있는 땅이 많았어요. 그렇지 않은 동네는 복잡하고 정돈이 안 되어 포기했어요. 약 1년간 꾸준히 공부하며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요즘 뜨는 좋은 지역이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금의 위치는 IC, 전철역이 가깝고 병원, 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동네와 같은 생활권이에요. 또 집 근처에 개교한 학교가 있으면서 자연환경도 좋아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웠어요. 특이하게 집터가 코너에 조그맣게 붙어 있었는데, 땅이 작아 값이 싸고 인근에 새로 집들이 지어져도 어느 정도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여겨졌어요.
(좌) 집의 메인이 되는 2층. 계단을 올라오면 주방이 나오고, 그 너머로 천고가 높다란 거실이 펼쳐진다. 동선의 흐름을 통해 전체적으로 커다란 하나의 공간이 되는 곳이다. 적정한 크기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좁은 집이지만 쾌적함과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 주택의 장점을 살려 안방 천정은 삼각형으로 높게 디자인했다. 공간이 넓어 보이면서 심플한 방에 표정도 생겼다. 천정과 벽면이 만나는 곳에 얇은 LED 조명을 넣은 것도 좁은 집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디어.
- 건축 개요 및 1층 평면도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덕명동
대지면적 169.8㎡(51.36평) 건축면적 45.76㎡(13.84평)/건폐율 26.95%
연면적 67.58㎡(20.44평)/용적률 39.7%(1층: 39.11㎡/2층: 28.47㎡)
(다락 11.43㎡(3.46평), 컨테이너 상부 데크(10.64㎡） 제외)
건축형태 경량 목조주택 외벽재 스타코, 컨테이너 내벽재 벽지, 자작나무 합판
바닥재 강마루 공사기간 약 4개월
공사비용 1억5000만원(건축 공사비 약 1억2000만원, 기타 비용 약 3000만원).
△ 외관만 보면 눈치 채지 못하지만 이 집은 목조 주택이다. 바닥, 창문도 최대한 나무를 사용해 마감했다. 주방에 상부장이 있으면 좁고 답답하게 느껴져 목공 공사를 하면서 선반장을 제작해 설치했다.
작은 집을 지은 이유는요?
남들은 로망이다, 낭만이다 하는데 저희는 정확하게 예산에 맞춰 평수를 계획했어요. 쓸 수 있는 비용의 한계는 땅값을 포함해 3억. 일부는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저희 같은 서민에게는 1천만원도 큰 차이죠. 무조건 예산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그 안에서 목표에 맞는 공간을 계획하다 보니 디자인적이면서 기능적인 협소 주택이 나왔어요.
건축사무소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인터넷으로 열심히 작은 주택에 대한 정보를 찾았어요. AAPA는 협소 주택과 노후 공간 프로젝트 등 공간을 재해석하는 독창적인 시각과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어요. 집에 대한 제 철학과도 잘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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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을 때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채광이었어요. 널찍한 마당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요. 또 집이 작기 때문에 공간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50여 평의 대지를 이용해 집과 컨테이너 하우스 두 동으로 분리시키고, 2층에 다리를 놓아 소통이 되게 했어요. 2층집과 컨테이너를 포함해 총 4개의 방이 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방이 하나씩 있어야 할 시기를 대비해 계획한 개수예요. 예를 들어 지금은 놀이방과 옷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해원이, 지원이가 자란 뒤에는 각자의 방이 되는 거죠. 지금 오빠, 언니가 사용하는 다락방은 막내 규원이가 조금 더 자라 물려받고요. 아이들 성장에 맞춰 방을 로테이션하는 셈이에요. 세 아이가 다 커서 독립을 하게 되면 그때는 온전히 부부의 집이 되겠죠. 세 아이에겐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향집이고요.
최근 유행하는 컨테이너를 두었어요
마당을 최대한 넓게 가지면서 공간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선택했어요. 컨테이너 동의 1층은 아이들 놀이방으로 사용해요. 2층은 오픈형 테라스로 술 한잔을 가볍게 즐기는 저희 부부가 애용하는 공간이에요. 가족끼리 삼겹살 파티를 하기도 하고 운치 있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차분해지는 곳이기도 해요.
컨테이너라 춥진 않나요?
외장이 컨테이너일 뿐 단열, 전기 배선 등을 새롭게 시공했어요. 컨테이너는 건축사무소에서 먼저 제안한 것인데 만족해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집과 놀이방 및 취미공간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컨테이너를 나란히 세운 것도 재미있고, 두 건물의 컬러를 같은 화이트 색상으로 통일해 건축물의 개성도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좌) 집 전체가 아이들의 놀이터다. 1, 2층은 분리된 구조로 계단을 통해 연결된다.
(우)꼭대기 다락방은 아이들의 독서방 겸 아지트로 쓰인다. 채광과 환기를 고려해 곳곳에 배치한 널찍한 창과 천정의 다공 덕분에 꼭대기 방도 하루 종일 밝은 빛이 들고 아늑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실은 어디인가요?
컨테이너 2층의 테라스 공간이에요. 두 채의 집, 가족, 안과 밖이 모두 소통하는 공간이에요. 재주 자랑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지붕있는 야와무대가 되기도 하죠. 두 집을 연결하는 1층의 데크도 같은 기능을 해요. 드러누워 책도 보고 쉬기도 하는 등 평상 마루처럼 사용하는 소통의 공간이예요.
작은 집의 관건인 수납, 어떻게 해결했나요?
가구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붙박이장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1층 침실에 널찍한 수납장을 넣었고, 2층 거실에는 TV가 놓인 공간과 전면 벽에 벽장을 둘러 수납과 데커레이션을 동시에 해결했어요. 또 계단의 자투리 공간도 수납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활용했어요. 2층 주방과 연결되는 컨테이너 테라스는 협소한 다용도실을 확장한 보조 주방 개념으로도 쓰고 있어요.
계단이 아이들에게 위험하진 않을까요?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오히려 계단이 아이들의 놀이터예요. 계속해서 움직임을 만들어내죠. 앉아 책을 보면 도서관이 되고, TV를 보면 영화관이 되기도 해요.
이사 오고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기뻐요. 예전 아파트에서현관문 열고 처음 하는 소리가 ‘뛰지 마, 조용히 해’였다면 이제는 귀가의 행복을 마음껏 느끼죠. 문을 열자마자 자연과 마주할 수 있어 좋고, 쏟아지는 별 덕분에 하늘 올려다볼 일도 훨씬 많아졌어요. 집은 좁지만 각자의 독립적인 부실이 확보되다 보니 삶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에요.
집 이름이 왜 해원이네인가요?
어린 시절 동네에서 ‘누구네’로 통하던 기억을 떠올려봤어요. 아이들이 많아도 첫째 이름으로 다 통했죠. 요즘은 집을 지으면서 ‘00재’, ‘00헌’ 같은 이름을 많이 붙이는데, 거창한 이름보다 소박한 ‘해원이네’로 불리길 바랐어요.
(좌) 이 집의 장점은 공간이 넓지 않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 배치를 적절히 해 시야를 안에서 밖으로 확장시켜 준 덕분이다. 창에 걸리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볕 좋은 오후 규원이와 아빠는 마당에서 산책 중.
(우) 이사하고 더욱 자유롭고 밝아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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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ITECT'S INTERVIEW
AAPA 문상배, 심인회 소장
‘해원이네’는 먼저 예산을 바탕으로 협소 주택이라는 공간 개념, 컨테이너라는 재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에요. 이 공간이 ‘집’이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단순한 집 모양을 외관에 구현했고, 부부의 취미와 생활 패턴에 맞추어 테라스 같은 작은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거실에는 소파를 없애고 주방과 연결된 바닥을 높여 일하는 엄마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게 했어요. 또 2층 전체가 다락방과 연계되어 어디에 있든 서로 알 수 있게 하는 등 협소 주택의 개념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케이스예요. 작지만 각각의 공간마다 다양한 형태나 용도, 재료, 구성 등을 주어 한 집에서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설계했어요.
출처 리빙센스:http://smlounge.co.kr/living/article/1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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