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이야기/HOT한ISUUE

17세 소년이 현대자동차에 한방

솔리스톤1 2007. 5. 31. 15:11
[[주총현장] 이현우군, 현대차 가장 큰 문제점 노사문제 꼽아]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17살짜리 고등학교 중퇴생이 현대자동차 주총창을 한바탕 흔들어놨다. 이 소년의 이름은 올초 양정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한 이현우. 내신성적 잘 얻고 공부만해야하는 그런 학교 생활이 싫었다는게 자퇴의 배경.

이군은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보고하는 도중 의사 발언을 신청, "현대차 진짜 주주 이현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도요타가 미국에서 로비 자금을 대폭 확대하는 등 파상공세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미국 각계의 저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래서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대차도 앞으로 합법적으로 로비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겠다"고 답변했다.

이 와중에 일부 주주들이 "주주총회는 100분 토론장이 아니다"며 "그런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의안 통과를 주장했다.

옥신각신하며 한시간 가량의 주총이 끝나자 이군은 또다시 의사 발언을 신청, "김 부회장님께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드리겠다"며 "여기 현대차 직원들이 상당히 많은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주총장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어린 소년의 이같은 발언에 김 부회장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총이 끝난 후 이군은 주총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른들에게 (우리나라) 주총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이네요"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차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가 말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노사 문제.

이씨는 "만약 내가 최고경영자라면 개성이나 신의주에 공장을 짓겠다"며 "관세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현대차 울산이나 전주공장 노조원들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래의 꿈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뜨끔할 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최고경영자'가 꿈이라는 이씨는 "아버지한테 회사를 물려받는 그런 CEO는 되고 싶지 않다"며 "책임지는 그런 CEO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환율 문제와 불투명한 이사회도 해결해야될 난제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의 불투명한 경영 시스템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만약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된다면 스웨덴의 발렌베리처럼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가진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목표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지금 '파이낸셜 리스크 매니저'가 되기 위해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업종 1등주에만 투자했다는 그는 현재 현대차 75주와 케드콤 2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현대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기업에 해당할 것 같은 의미심장한 당부를 했다. 그는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전달로 끝마치지 말고 주주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청취할 수 있는 그런 주총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용관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